봄은 오는 듯 하더니 어느새 가고 성큼 성하의 계절이 다가왔다. 한반도는 국내외 사건들로 지금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국내외 경제가 안정되는 듯 했지만 최근 그리스발로 촉발된 유로존의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가 몰고 온 '한반도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정부의 군사외교 및 경제적인 조치를 포함한 대북 강경방안에 북한은 연일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남북이 충돌을 불사하고 서로를 위해 돌진하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어 심히 불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렇듯 남북대치 관계는 언제 해소될 지 알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남북 간의 긴장감으로 인한 금융, 외환시장의 불안정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 경제는 유럽발 재정위기의 충격파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6'2지방선거 이후 경제를 위협하는 악재들이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 국내경제의 비상을 예고하고 있다. 1분기 우리경제의 7, 8%라는 높은 성장률은 상반기 60%의 조기 예산 집행이라는 재정투입을 통해 이룬 것으로 하반기에도 재정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회복 속도 및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선거 이후 공공요금의 인상 러시와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높아 금리인상 카드가 예고되고 있다. 또한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하락이 가속화되어 고용시장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 취업자는 줄고 실업자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5기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종시 문제'와 같은 지방의 미래가 달린 정책현안이 부각되지 않고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북풍'과 '노풍'에 휩쓸려 경기회복'고용문제 등 경제문제, 지역발전에 대한 정책과 비전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선거 분위기가 뜨지 않은 채 후보자의 공약(空約)과 공허한 외침만이 요란했다.
15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인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냉엄한 심판을 내렸다. 유권자들은 왜 '여소야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일까? 힘의 쏠림과 치우침을 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권자들은 현 정권의 독주에 준엄한 경고를 했고, 야당에는 건전한 견제를 주문했다. 특히 20, 30대 청년층이 투표에 많이 참여해, 야당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이다. 청년실업률이 8%를 웃돌고 있다.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데다 비정규직들이 많다. 청년층의 표심에는 그들이 처한 긴박한 처지가 담겨있다.
지방선거 이후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 가운데 시급한 것은 경제이다. 이번 선거에 당선된 목민관들은 누구나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를 내세웠다. 이는 한국경제가 아직 불안하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선거를 치르는 동안 천안함 사태, 유럽발 재정위기, 금융시장 불안 등 국가안보와 경제안정화를 해칠 수 있는 요소들이 뒤범벅되면서 한국사회는 위기에 놓였다. 선거에서 부각된 선심성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 국민의 혈세를 유효 적절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역의 제5기 지방자치를 이끌 당선자들은 표심을 정확히 잘 읽고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하겠다.
특히 대구경북은 동남권 신공항, 세종시 수정안 등 시급한 지역 현안 해결에 접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선거결과가 여소야대의 환경을 만들었지만, 대구경북은 현 정부에 대한 아낌없는 신뢰를 보였다. 따라서 지역의 자치단체장들과 의원들은 이런 결과를 십분 활용해 지역 현안사업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특히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는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과학산업단지 등의 성공 조성에 반드시 필요하다. 대구경북이 경남과 울산을 끌어안아 4개 시도가 함께 밀양유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내우외환의 한국경제는 물론 지역경제 역시 '운외창천'(雲外蒼天)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민주주의 정치에 있어서 선거는 과거의 성찰과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돼야 할 것이다.
윤성식 대구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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