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구대표선수들은 과거 체격과 체력이 좋은 유럽 팀과의 A매치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는 일은 축구대표팀의 주요 과제가 됐다. 또 우리 축구선수들은 유럽 등 세계 프로무대에 진출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이런 체험을 통해 얻은 귀중한 결론은 '선 체력, 후 기술'이다. 체격이 작고 체력이 열세인 우리나라 축구가 힘을 중시하는 유럽과 개인기 위주의 남미 축구와의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넓은 축구장에서 전후반 90분을 지치지 않고 종횡무진 뛸 수 있는 선수들의 체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개인기와 다양한 전술과 전략, 최상의 컨디션 유지 등을 극대화하면 된다.
이렇게 스포츠에서 선수의 체력, 기술과 전술, 컨디션을 향상 유지시켜 경기력을 높이는 일련의 종합적인 훈련과정을 넓은 의미로 트레이닝(Training)이라 한다. 경기력은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차별화된 트레이닝을 통해 극대화된다.
우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의 탁월한 축구지도력을 경험했다. 그는 유럽형 기술과 전술의 지도는 물론 과학적인 트레이닝 방법을 도입, 대표선수들의 약점이었던 체력을 강화했다. 대표팀은 16강전과 8강전, 4강전을 거치면서 펄펄 넘치는 에너지를 과시했다. 전후반 90분과 연장전에서도 강철 같은 체력으로 유럽 선수들과 맞서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낸 것이다. 그때의 경기력 성취는 그냥 투지와 함성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히딩크 감독의 스포츠 과학 지식과 합리적인 트레이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후 국내 스포츠 지도자들은 히딩커의 지도 이론을 거울삼았다.
효율적인 트레이닝은 스포츠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에 나서는 대표팀도 합숙훈련을 통해 체력을 강화하고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를 위한 영양 및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해 왔다. 대표팀의 막바지 트레이닝에는 몇 가지 특징적인 훈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 중 하나는 대표선수들의 체력 증강과 회복 능력을 위해 하루 8회 영양제를 복용하는 '약물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비타민, 오메가, 리커버 등 대부분 단백질이 기본이 된 영양보충제를 복용시켜, 빠른 회복과 영양 보충을 통한 근육강화를 돕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잉글랜드 대표팀과 리버풀, 맨체스터시티 등 프로팀들이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대한축구협회는 피지컬 트레이너인 레이먼드 베르하이엔의 요청으로 이를 도입했다.
둘째는 TV LED 3D 입체영상을 이용한 전략 분석이다. 이것은 최근 국내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2D→3D변환 기술'을 탑재해 3D변환 버튼 하나로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 각국 대표팀의 경기 장면을 3D 입체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3D 입체영상으로 축구경기를 보면, 상대선수들의 움직임이 입체적으로 파악돼 각 상황에 따른 우리 팀의 전략을 보다 폭 넓게 분석할 수 있다.
셋째는 무선 경기력 측정 시스템을 이용한 고지대 적응 훈련이다.
대표팀은 고지대인 요하네스버그(해발 1,753m)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 대비, 전지 훈련장인 오스트리아의 노이슈티프트(해발 1,040m)와 남아공 캠프 루스텐버그(해발 1,228m)에서 미리 적응훈련을 했다. 대표선수들은 개인별로 무선 경기력 측정기를 달고 테스트를 한 후 고지대 적응에 대한 개인별 능력을 파악, 적절한 컨디션을 유지했다.
이렇듯, 우리 대표팀은 훈련기간 동안 나름대로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트레이닝을 실시, 전력을 강화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경기 직전까지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키고, 상대방의 전력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해 우리나라 특유의 근성으로 투혼을 불사르는 일이다.
허정 대구가톨릭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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