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영역 확대에 따라 영세상인과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최소화해 달라며 제기하는 사업조정 신청이 163건에 이르는 등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행히 대구경북에서는 9건의 신청건수 가운데 입점 철회가 1건, 상생 합의가 5건에 이르는 등 상대적으로 상생을 위한 합의가 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조정 신청 200건 돌파
대기업에서 사업 영역을 침범했다고 판단하고 영세상인과 중소기업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하는 건수가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대형 유통업체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에 대한 조정 신청이 접수된 것을 계기로 신청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6일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천 옥련점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00건의 사업신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접수된 200건을 사안별로 보면 SSM 164건, 대형마트 11건, 아울렛 4건, 주유소 4건, 상조업 1건, 서점 1건, 산업용재공구판매 6건 등 유통업종에 많이 몰려 있고 철근가공 1건, 레미콘 8건 등 제조업종에서도 신청이 들어왔다. 이는 2006년 4건, 2007년 4건, 2008년 4건 등에 비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합의 타결 저조, 일부 대기업 나몰라라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사업조정 신청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대·중소기업의 합의 타결은 극히 저조하다"고 말했다. SSM의 경우 164건의 사업조정 신청 중 상생 합의 타결은 33건, 신청 철회 및 입점 철회는 33건에 불과하고 조정 권고는 4건이며, 반려는 25건, 진행 중은 69건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에서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 방안 모색이라는 사업조정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라며 "사업조정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편법 영업을 하는 등 일부 대기업의 부도덕한 행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SSM 입점 후에는 '일시정지 권고'를 내릴 수 없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가림막 공사를 진행하고 중소슈퍼마켓으로 개점 후 간판을 바꿔 달고 영업을 하는 기습·편법 개점 ▷다른 업종의 입점을 허위 홍보하는 경우 ▷2배가 넘는 높은 임대료를 제시해 건물주의 기존 중소슈퍼머켓 상인과의 재계약 거부와 주변 상권의 임대료 상승 유발 등의 행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SSM 진출에 따른 골목상권의 폐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관련 규제법률(유통산업발전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어 중소상인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폐지 이후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영역 진출을 자제시키고 윈-윈(Win-Win)할 수 있는 관련 제도의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은 상생 합의 타결 높아
대구경북에서 8일 현재까지 사업조정을 신청한 것은 모두 9건이다.(도표 참조) 이 가운데 상생 합의 타결은 5건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9월 포항 대흥동 탑마트가 지역 중소상인들과 ▷추가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 조정 ▷의무휴일 지정 ▷현지인 고용 및 정규직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합의를 했다. 이어 경북 칠곡군 왜관읍 GS리테일, 대구시 사월동 D마켓, 경산시 하양읍 킴스클럽마트, 경주시 안강읍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5곳이 대기업과 중소상인들 간에 상생 합의 타결을 했다.
또 지역 골목상권 상인들과 9개월 동안 대립각을 세워왔던 대구시 봉덕동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지난달 5일 조건 없이 입점을 철회했다. 대구 동구 율하동 롯데슈퍼는 신청 전 입점으로 사업신청이 반려됐다.
반면 대구 동구 신서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구미 광평동 이마트주유소 등 2건은 합의가 안 돼 현재 사업조정이 진행 중이다.
대구경북중소기업청 신상규 주무관은 "대구경북에서 사업조정 신청을 한 9건 가운데 상생 합의 5건, 입점 철회 1건 등 모두 6건(66.7%)의 높은 타결을 보인 것은 상인연합회 및 주변 상인과 연계한 강력한 초기 대응과 중기청, 대구시, 경북도 등 관련기관의 상생 중재 노력, 이해 당사자 중심의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협상 진행 등의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사업조정제도란?
대기업의 사업 진출로 당해업종의 상당수 중소기업이 수요의 감소 등으로 경영 안정에 현저히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일정 기간 사업 인수·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사업 축소를 권고하는 제도.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