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한'네팔협회가 주관한 '네팔의 밤' 행사와 6월 초 주한 네팔 대사관 주최 '사가르마타의 날' 행사에 잇따라 참석했다. 코이랄라 주한 네팔대사를 가까이서 대하며 이해의 폭을 넓힌 것은 큰 수확이었다. 네팔 근로자와 유학생 등 200명이 참석한 '네팔의 밤' 행사 때였다. 축사를 하던 70대의 노 대사가 갑자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것이었다. 이국 땅에서 일하는 자국 청년들을 보면서 언제 이 고생이 끝나고 조국이 번영하는 날이 올 것인가 생각하며 눈물지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짐작했다. 문득 1970년대 서독에 파견된 한국 광부와 간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흘렸던 눈물을 떠올렸다.
네팔이라는 나라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관계인지 생각해 보았다. 네팔과 한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때는 1974년 5월. 현재 연간 2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네팔을 방문하고 있고 현재 약 8천명의 네팔인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네팔인들은 성품이 온순해 산업현장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6'25때 우리를 도왔던 연합군 가운데 영국군에 소속된 네팔 출신의 구르까 용병들이 참전했다는 사실도 구전되고 있는데 구르까 용병들은 지금도 가장 용맹스러운 군대로 인정받고 있다.
네팔은 인도'중국과 국경을 맞댄 독특한 나라다. 지리적 위치와 해발 60m에서 8,848m까지 변화 많은 고도, 아열대성 기후 때문에 생물학적 다양성이 풍부하다. 지구상 육지의 0.1%에 속하는 작은 나라이지만 전 세계 화초의 2%, 조류의 8%(848종), 500종 이상의 나비, 600과 이상의 토착식물, 320종의 난초가 서식한다. 네팔 하면 먼저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을 떠올리게 된다. 인구(2천580만명)보다 많은 신들을 섬기고, 달력일수보다 많은 축제의 날을 가진 네팔을 보려고 전 세계의 알피니스트들이 찾아간다. '한번으로는 충분하지 않다'(once is not enough)는 것이 그들이 내건 관광 슬로건이다.
1953년 5월 19일 뉴질랜드의 청년 에드먼드 힐러리는 네팔 출신 셰르파인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다. 8,848m 높이의 에베레스트는 산 사나이들에게는 도전과 좌절의 체험장 그 이상으로 마땅히 경외할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고상돈은 1977년 우리나라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오은선이 금년 히말라야 고봉 14좌를 석권하기 전 2009년 현재 국내 산악인 101명이 110차례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다.
'사가르마타(sagarmatha)의 날'도 뜻깊은 행사였다. 사가르마타는 에베레스트를 지칭하는 네팔어로 이날 국내 에베레스트 등정자 중 생존자와 유족 대표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지금 이 시간에도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는 산악인과 최소한 베이스캠프까지라도 가보려고 훈련을 거듭하는 사람들을 주변에 볼 수 있다. 네팔 정부는 2011년을 '네팔 관광의 해'로 정하고 여러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치도 다소 불안정한 상태이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이뤄낸 수많은 유네스코 문화유적과 힌두교'불교 유적지, 천혜의 자원을 잘 활용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 관광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우리 산악인들과 관광객들이 네팔을 찾듯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네팔 사람들과 외국인 근로자들도 잘 보살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일과 공부를 마치고 돌아갔을 때 우리의 따뜻한 온정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하고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 근로자들과 유학생들이 양국 관계를 더욱 깊고 넓게 하는 가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노 대사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윤성도 계명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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