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테마주 '신바람'…육계·맥주株 '껑충'

생중계 다음·SBS그룹주 연일 강세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증시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식음료나 닭고기, 맥주, 3DTV 등 월드컵의 수혜를 입을 테마주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 우리나라가 월드컵 기간 동안 주가가 많이 오를 국가로 꼽히기도 하고, 월드컵 이후 주가 상승률에 관한 분석도 앞다퉈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 주가에 미치는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월드컵 수혜주 과열 양상

유럽 위기로 요동치는 증시에서도 '월드컵 테마주'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남아공월드컵을 인터넷과 모바일에 생중계하는 인터넷포털업체 다음은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전 거래일보다 800원 오른 8만4천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단독 중계사인 SBS그룹주들도 강세를 보였다. SBS미디어홀딩스는 9일 전 거래일보다 7.76% 급락한 3천865원에 장을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60%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거래량도 평소 10만주 수준에서 이날 하루에만 620만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최대주주인 태영건설의 지분율이 60%가 넘고, 상장주식 수(1억3천989만여주)를 감안하면 '이상과열' 현상인 것.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이날 SBS미디어홀딩스에 주가급등에 따른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월드컵 경기가 주로 저녁 시간대에 몰리면서 주류와 닭고기 관련주도 크게 뛰었다. 9일 코스닥시장에서 마니커는 전 거래일보다 2.74% 오른 1천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5일 950원에 거래됐던 데 비하면 무려 57.8%나 뛰어오른 셈이다. 하림도 같은 기간 15.1%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같은 닭고기주 중 동우는 월드컵 효과가 주가에 반영이 안 되고 마니커와 하림은 올랐는데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주류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달 들어 하이트맥주와 국순당은 각각 4.6%와 12.8% 올랐다. SK증권은 남아공월드컵이 열리는 11일부터 한달 동안 맥주 출고량이 약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3D TV 및 3D용 부품 업체들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남아공 월드컵은 최초로 총 64경기 가운데 40%가 3D 방송으로 중계된다.

◆월드컵과 함께 주가도 오를까

전문가들은 월드컵이 증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는 당시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의 흐름, 금리, 환율 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월드컵 관련주가 실제로 받을 수혜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월드컵 기간 동안 반짝 상승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고 수혜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탓이다. 월드컵을 단독 중계하는 SBS의 경우 광고 물량 집중으로 수혜를 볼 수도 있지만, 천문학적인 중계권료와 중계비용 탓에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투자증권은 과거 월드컵 및 하계 올림픽 개최 시 하이트맥주가 수혜를 받았는지 분석해본 결과 뚜렷한 연관관계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간 월드컵 수혜주로 지목된 종목들의 경우 막상 결과는 신통치 않았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수혜주로 꼽히던 셋톱박스와 디지털TV관련 업체인 홈캐스트와 엘앤피아너스(당시 디지탈디바이스)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하림과 마니커도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과 2006년 하림은 1천72억원, 1천13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마니커도 474억원, 6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평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월드컵 특수를 누렸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 어느 정도 매출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하이트맥주도 과거 월드컵 개최 시 하이트맥주의 주가 실적이 별다른 수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월드컵 수혜주들은 월드컵 기간을 포함한 전후에 반짝 상승했을 뿐"이라며 "향후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때에야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편 증권사 직원들은 월드컵 기간 동안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를 국가로 브라질과 한국, 스페인, 아르헨티나를 꼽았다. 삼성증권이 4~8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6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브라질은 26%, 한국은 24.3%를 기록했고, 한국과 평가전을 치른 스페인(10.7%),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6.9%), 그리스(5.7%) 등도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브라질이 영원한 우승 후보인데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가 장기 신용등급을 모두 투자등급으로 조정하는 등 호재가 이어진 점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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