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하라 대한민국, 승리하라 대한민국…."
9일 오후 9시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입구. 대한민국 축구 응원가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열두번째 태극전사인 '붉은 악마' 대구지회 팀원 9명이 응원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제일 앞사람이 확성기로 응원가를 먼저 부르면 나머지 8명이 따라 불렀다. 모두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북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췄다.
12일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인 그리스전을 앞두고 '붉은 악마'는 2002년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빠듯한 시간을 쪼개 막바지 응원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김성연(21·한국폴리텍섬유패션대학 패브릭디자인과)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붉은 악마 회원이었는데 친구들은 내가 6년 동안 붉은 악마로 활동했다는 것을 알고는 놀란다"면서 "현장팀원으로 맨 앞에서 응원을 주도하는 내 모습을 보면 다시 한번 놀랄 것"이라고 했다.
응원팀은 3주 전부터 대구스타디움에서 응원 연습을 시작했다. 한번에 2, 3시간씩 연습하는 탓에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고 연습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 앞에 걸림돌은 없다. 김민재(30·회사원)씨는 "당일에는 체력 소모가 더 커 개인적으로 목 상태와 체력을 관리해둬야 한다"며 "예전과 달리 지금 회사는 나의 응원 열정을 높이 사면서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준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응원을 주도하는 만큼 느끼는 부담도 크다. 올해 붉은 악마에 가입한 소민욱(24·대구한의대 한약지원학과)씨는 "응원에서는 박자가 중요한데 혹시 내가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매일 집에서 홀로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응원 준비보다 장소 섭외가 더 힘들었다고 했다. 2002, 2006년 월드컵 때는 대구스타디움에서 응원전을 펼쳤지만 올해는 경기장 보수 때문에 이곳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것. 대신 대구시의 협조로 대구시민운동장을 쓰게 됐다.
최현기(27·회사원)씨는 "응원 열기가 고조되면 사람들을 통제하기 힘들 때가 있다"며 "행여 사고가 발생하면 아르헨티나와의 두번째 경기 응원 장소로 다른 곳을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이은노 팀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치르며 거리응원 붐이 일어났지만 지금은 그때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응원 주체가 돼야 할 국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0대부터 장년층의 연령대에 학생, 직장인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축구 사랑으로 뭉친 붉은 악마는 12일 오후 8시 30분 응원에 시동을 건다. 대구시민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붉은악마 회원들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한국 응원의 자랑인 대형 태극기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나눠줄 종이 태극기 800여개도 이미 마련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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