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프리킥

수비벽 거리 9.15m로 정한 이유는 '매그너스 효과' 고려한 것

월드컵 개막이 드디어 내일이다. 앞으로 한달 동안은 원없이 세계의 명품 축구를 볼 수 있게 됐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축구 속 과학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축구에서 가장 궁금한 것 가운데 하나가 '프리킥'이다. 상대 선수가 반칙을 하면 심판이 프리킥을 주는데 프리킥을 차려는 선수와 이를 막으려는 수비수 간에 공과의 거리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때 주심은 프리킥 위치부터 골대를 향해 자신의 짐작발로 9.15m를 걸어가서 수비벽을 쌓을 곳을 지정해 준다. 왜 하필 9.15m로 정했을까.

이는 수비벽을 쌓는 선수를 보호하면서 반칙행위를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 거리로 볼 수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유체역학의 '매그너스 효과'(magnus-effect)를 고려한 것이다. 이 효과는 물체가 비행할 때 비행 물체가 표면에 접해 있는 공기의 소용돌이(air-drag) 탓에 회전이 걸려 곡선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비행 물체에 작용하는 매그너스 효과는 비행물체의 비행속도나 질량, 주변 공기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선수가 프리킥을 했을 때 한쪽 방향에 회전력을 가하면 공기의 저항을 받아 압력이 높아지고, 반대 방향은 상대적으로 압력이 낮아진다. 결국 공은 압력이 낮은 방향으로 휘게 된다.

축구 종주국 영국은 기나긴 연구 끝에 수준급의 축구 선수들이 프리킥을 차면 바로 9.15m를 지나야 매그너스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프리킥 때 수비벽의 거리를 9.15m로 결정한 것이다.

1852년 독일의 물리학자 구스타프 마그누스가 포탄의 탄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고 해서 '마그누스 효과'라고도 부른다. 프리킥의 마술사라 불리는 영국의 축구스타 베컴이 특히 매그너스 효과를 이용해 스핀킥을 잘 차기로 유명하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소년 시절부터 하루에 수백 번씩 프리킥을 연마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자신의 프리킥에 물리학적인 요소가 작용하는지를 스스로 알게 됐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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