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한방이야기] 들깨 잎과 열매

들깨 잎 특유의 향'맛으로 막힌 기운 소통, 들깨 열매 기침·가래·변비

요즘 날씨는 참으로 변덕스럽다. 한낮은 매우 덥고 아침저녁으로는 찬바람이 분다. 그래서 여름 초입에 감기에 걸린 환자가 상당히 늘었다. 감기 환자는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는데,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가 귀가할 때 쌀쌀하기 일쑤여서 감기가 좀체 낫지 않는다. 이럴 때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들깻잎을 들 수가 있다. 들깻잎은 특유의 향이 있어 고기나 회, 매운탕 등에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이다.

들깨의 잎은 소엽(蘇葉)이라 하고 열매는 소자(蘇子)라 하는데 모두 한약재로 사용된다. 소엽과 더불어 소자 또한 기름을 짜서 식용으로 사용되며, 예전에는 등잔불 기름으로 많이 사용됐다.

들깨는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들깨는 흰 꽃이 피며 잎이 녹색인 것을 백소엽(白蘇葉), 열매를 백소자(白蘇子)라고 한다. 그리고 정원 등에 관상용으로 심어 연한 자주색 꽃이 피며 잎이 자주색인 것을 자소엽(紫蘇葉), 열매를 자소자(紫蘇子)라 한다. 백소엽과 자소엽은 색깔이 다르지만 구성 성분은 비슷하다. 그러나 자소엽과 자소자는 향이 강하여 주로 약용으로 사용하고, 백소엽과 백소자는 식용으로 쓴다.

한약재로 사용되는 자소엽(또는 소엽)은 꿀풀과에 속한 일년생 초목인 차조기로, 잎과 끝가지를 여름철에 채취하여 그늘에서 건조한 것이다. 차조기의 열매가 가을에 성숙했을 때 채취하여 건조시킨 것을 자소자(또는 소자)라 한다.

한의학적으로 소엽의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발한작용으로 찬 기운을 날려 없애는 효능이 있어 찬 기운에 의해 감기에 걸린 경우나 기침, 천식 등을 치료한다. 또한 기를 상하로 소통시키고 소화 효소의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능이 있어 트림이나 속이 메슥거리는 경우, 구토, 설사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홧병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가슴에 기운이 뭉쳐 답답한 경우 소엽 특유의 향기와 매운맛으로 기운을 풀어헤치면서 막힌 기운을 소통시키는 작용이 있어 현대인들에게 유용한 약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임신부가 유산할 위험이 있을 때 태아를 안정시키고 기를 잘 통하게 해 유산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찬 성질의 게나 생선회를 먹고 구토'설사'복통 등을 일으키거나 속이 불편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효과가 있어 우리 조상들은 해산물을 먹을 때 늘 소엽을 가까이 했다. 소엽은 기를 소통시키면서 발한시키는 작용이 있어 기가 허약한 체질에는 오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의학적으로 소자의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소자는 기를 아래로 내려주고 담을 삭이고 폐를 윤활하게 해 주는 효능이 있어 기침, 가래가 있는 천식 등과 변비에 효능이 있다.

약리학적으로 소자는 필수 지방산인 리놀레산을 함유하고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인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의 생체 내 합성을 도우며 비타민 E가 많이 포함돼 생식능력을 증강시키고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소자의 정유 성분은 위 점막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어 위염, 위궤양 치료에 도움이 된다.

소자는 기를 아래로 내리는 효능이 있어 기가 허약한 체질의 해수'천식환자나 평소 소화기가 좋지 않아 대변이 묽은 사람은 복용을 삼가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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