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단골집도 쉽지 않다. 육해공 다양한 산해진미를 맛보고 소개해야 하니. 돼지고기를 했다면 닭고기, 바다 물고기를 한번 소개했다면 민물 물고기로. 자주 소개되지 않는 메뉴라야 더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직장인들의 단골 식당 가운데 독특한 음식으로 승부하는 식당은 더욱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주 직장에 따라 단골집의 소개 순서를 조금씩 조정하는 방식으로 메뉴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주는 성천문화재단 대구동문회가 자주 찾는 '진미 메기 매운탕'이다. 메기 매운탕의 진수를 보여주는 집이다. 식당 주인 이재황(45)씨가 명함에 '이메기'라고 새겼을 정도. 12년 동안 메기를 이용한 요리를 만드는 데만 골몰하다 보니 메기는 이제 이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소중한 존재가 됐다. 큰 돈은 벌지는 못했지만 오로지 메기와의 외길 승부를 펼치고 있는 '진미 메기 매운탕'을 찾았다.
이 식당의 단골 손님인 성천문화재단부터 소개하면, 고인이 된 성천(星泉) 류달영 전 이사장이 나라의 정신적 품격을 높이고자 사재를 털어 18년 전 설립한 재단으로 서울과 대구에서 인문학의 꽃을 피워온 단체다. 인문학의 바탕이 되는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젊은이들과 지역민들에게 어떻게 접목시켜 삶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과 자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인가가 이들의 사명이다.
다시 메기로 돌아오자. '쫀득쫀득한 메기살과 입에 딱 달라붙는 부드러운 야채의 절묘한 조합'. 이날 모인 성천문화재단 대구동문회 회원들이 시킨 메기찜의 맛이다. 메기와 콩나물 등 야채가 이렇게 부드러웠나. 맛의 비결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
실컷 먹고 주방으로 향하니, 요리 비법을 이렇게 일러줬다. "전라도 순천지역 황톳물에서 자란 메기들을 매일 아침 공수해 옵니다. 싱싱한 메기들을 직접 손질해 큼지막한 돌솥에 푹 찝니다. 매운탕은 얼큰한 맛이 일품이고, 찜은 입에 짝 달라붙는 맛이 매력입니다. 통통한 메기살과 수제비, 토란, 양파, 부추, 쑥갓 등 여러 종류의 야채들이 잘 어우러진 맛을 내게 하는 특별 비법은 10년 이상 해온 노하우이기 때문에 거액의 돈(?)을 주셔야 전수해드리겠습니다."(웃음)
'이메기'라 불리는 식당 주인 이재황씨는 "매일 아침 메기찜과 매운탕의 맛을 시식해보고 맛이 제대로 우러날 때 손님들을 맞이한다"며 "어린 시절 강가에서 직접 메기를 잡아 끓여먹던 그 향수를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령대가 50~70대인 성천문화재단 대구동문회는 이 식당의 메기맛에 푹 빠져버렸다. 매달 모임은 이곳으로 정해져 있으며, 점심이나 저녁 때도 수시로 이곳에 와서 메기 매운탕을 즐겨먹는다. 장향규(57) 총무는 "메기에서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야채가 너무 부드러워 먹기에 좋다"며 "이 식당에 오면 '메기의 추억'처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영옥(56) 회원은 "라면사리, 당면사리를 별도로 주문해 넣으면 맛이 더 좋고, 국물이나 수제비는 푸짐하게 리필해주기 때문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이곳 식당의 자연산 잡어매운탕은 새로 선보이는 별미다. 대짜가 5만원, 중짜가 4만원, 소짜가 3만원이다. 메기찜은 대짜가 3만원, 소짜가 2만원. 메기매운탕은 대짜 3만원, 중짜 2만원, 소짜 1만5천원이다. 053)743-0178.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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