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 사진작가들은 유럽 사진에 대한 예술적 평가를 부러워한다. 유럽 현대미술의 상당 부분이 사진 또는 사진기술을 이용한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진에 대한 예술적 평가가 그다지 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진 기술이 워낙 보편적으로 보급된 데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작가들은 스스로를 차별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두 사진 작가의 치열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가 나란히 열리고 있다. 주역을 사진으로 해석해온 작가 박진우가 이번에는 인물 사진을 선보인다. 대백프라자갤러리(053-420-8015)에서 14일까지 열리고 있는 박진우 사진전 '부처의 얼굴'전은 참 단순해보인다.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 중인 기업가, 예술가, 의사 등 전문가 30여명의 얼굴을 담고 있다. 이 사진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부처'.
"모든 사람들에겐 부처가 있어요. 저는 그 부처를 포착해내고 싶었죠."
전시장 한가운데 부처를 상징하는 연꽃 사진이 있고 양쪽에 부처의 호위무사 사진이 있다. 그 옆으로 작가가 찍은 스튜디오 작품들이 펼쳐진다. 이 사진들은 회화인지 사진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캔버스에 디지털프린팅해서 회화의 느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가 중요하지, 그 작품이 회화인지 사진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기 위해 회화적 느낌을 가미했죠."
전시장 한쪽에는 30인의 흑백 사진을 걸어두었다. 현실의 삶을 담은 것이다. 반면 스튜디오에서 찍은 컬러 사진은 똑같은 배경에서 부처의 모습을 뽑아내려 애썼다. 작가의 명쾌한 개념이 들어있어 동양화의 개념과 가까운 사진들이다.
한편 주로 사찰 사진을 선보이던 사진작가 백종하는 풍경 사진을 전시한다. 14일까지 고토갤러리(053-427-5190)에서 열리는 그의 사진전 '달을 보다'는 한국의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는 도시에서 일상을 살면서 흘려버리기 쉬운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특히 밤에서 아침으로 바뀌는 순간,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순간의 미묘한 시간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눈을 감아도 보일 듯 말 듯한 풍경,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풍경을 담았죠."
주로 해인사, 동화사 등의 절 사진과 노승 인물 사진을 오랫동안 찍어온 작가는 아름다운 찰나의 풍경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한다. 요즘은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이지만, '누가 처마에 떨어지는 빗물을 맑은 정신으로 보는가'가 바로 작가의 몫이다. 그는 "마음이 통해야 셔터가 내려간다"고 말한다. 그의 달력에는 '달이 예쁜 날'이 동그랗게 표시돼 있다. '목련 아래서 보름달을 보다', '풍경너머 옅은 구름 사이로 달을 보다' 등 달의 여러 가지 느낌과 '새벽강, 흐르는 물을 보다' '산길을 걷다 눈을 만나다'와 같이 주변의 아름다운 비, 물, 해, 눈 등 자연물을 보여준다. 사진을 보고 나면 상쾌한 쉼표를 선물받은 기분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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