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백화점을 인수한 뒤 본격적인 매장 리뉴얼을 앞두고 있는 이랜드리테일이 입점·협력업체와의 관계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이랜드와 일을 하지 않겠다"며 계약기간이 남아있는데도 점포를 철수하는가 하면, 반대로 이랜드리테일의 일방적인 철수 요구에 분통을 터뜨리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일방통행, 더 이상 못 참겠다
이랜드리테일은 인수한 동아백화점 매장 중 다음달 초 동아마트 수성점(대구 수성구 수성1가)을 시작으로 8월 중순 쇼핑점, 9월 수성점 등 단계적으로 매장 리뉴얼을 진행해 추석 이전까지는 전 점포의 리뉴얼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첫 시작인 동아마트 수성점 리뉴얼부터 업체와 마찰이 생겨나고 있다. 동아마트 수성점에서 임대 매장을 운영중인 김모(40)씨는 "이랜드의 일방통행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당초 이달 30일로 예정돼 있던 철수일자를 20일로 앞당겨 철수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아직 4개월이나 계약기간이 남아있는데도 일방적인 영업중단을 요구하면서 매출손실은 물론이고 집기 등의 비용을 고스란히 손해봐야 할 형편이다. 김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보상을 협의하기는커녕 무조건 공사를 강행할 테니 물건을 빼든 말든 당신 마음대로 하라더라"며 "금전적인 손해 때문에 이렇게 참고 버티며 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말 이랜드와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동아백화점이 이랜드에 매각된 직후인 3월 말 동아마트 수성점에 입점한 이모(41)씨는 더욱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아직 3개월도 영업을 못했는데 이랜드 측이 매장 철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 이씨는 "은행대출을 받아 인테리어와 물품구매에만 1억2천만원을 투자했고, 여름시즌을 위해서만 2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준비했는데 팔지도 못하고 장사를 접어야 한다"며 "법적 대응을 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쪽에서는 자진 매장 철수
한쪽에서는 브랜드 철수가 진행중이다. '매장을 계속 유지해달라'는 동아백화점 측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간판브랜드들이 속속 매장을 비우고 있는 것. 가장 먼저 브랜드를 철수한 것은 동아쇼핑점의 버버리매장이다. 이 매장은 5월 1일 화성에서 이랜드리테일 측으로 운영권이 인수됨과 동시에 매장을 철수했다. 여느 백화점에 비해 명품 브랜드가 특히 약한 동아쇼핑에서 그나마 간판 브랜드였던 버버리 매장이 철수하자 동아백화점은 그 자리에 이랜드리테일이 병행수입한 명품들로 급히 자리를 메웠다.
최근에는 제일모직 브랜드 중 빈폴과 지방시 매장이 철수했다. 이들은 계약기간이 상당기간 남아있지만 5월 매장 철수계획을 통보한 뒤 6월 초 매장을 비웠다. 이외에도 10여개 매장이 점포 철수 계획을 놓고 동아백화점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한 매장직원은 "기본과 원칙을 중시한다고는 하지만 협상과 타협이 없는 일방통행일 뿐"이라며 "영업을 해야 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아주 상대하기 힘겨운 업체"라고 푸념했다.
◆협력업체 승계 약속했지만…
협력업체 쪽에서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당초 이랜드리테일은 동아백화점을 인수하면서 "협력업체를 그대로 승계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품목을 본사에서 매입해 공급하기 시작하자 지역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모두 다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현재 동아백화점은 과일과 양곡 등 일부를 본사에서 매입해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협력업체들은 계약이 해지된 것은 아니지만 물량 공급 비중이 일부 줄어들면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량 매입을 통해 구매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경제 이치아니겠냐"며 "하지만 이런 논리에 따른다면 지역 협력업체들이 존재할 기반 자체가 없어지는 셈이니 대기업이 지역 상인들의 입장을 헤아려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강성민 이랜드리테일 동아백화점영업본부장은 "이랜드가 M&A를 진행한 경험이 많은 회사인 만큼 마찰을 최소화하고 입점업주들의 손해가 없도록 존중·협조·합리적 보상 등 상식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실하게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협력업체 승계 부분에 있어서도 "기존업체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가급적 기존 업체 우선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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