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아공 통신] 태극기·맨유 휘장 든 군중 "박지성 어디 있나요?

10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훈련장인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겔반데일 스타디움에 현지인 수백명이 태극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클럽기를 들고 찾아 한국팀을 응원했다. 이호준기자
10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훈련장인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겔반데일 스타디움에 현지인 수백명이 태극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클럽기를 들고 찾아 한국팀을 응원했다. 이호준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와의 조별 첫 경기가 열리는 '결전의 땅' 포트엘리자베스에 첫 발을 내디뎠다. 대표팀은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를 떠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공한 전세기를 탄 뒤 2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55분(이하 현지시각) 포트엘리자베스 공항에 도착했다. 대표팀은 특별한 수속 절차 없이 초고속으로 30여분 만에 숙소인 '팩스톤' 호텔에 도착했지만 그리스 대표팀과의 경기에 앞서 그리스 팬들과의 기 싸움을 먼저 벌여야 했다. 그리스 현지 교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표팀 숙소 앞을 지나며 북을 치며 기선 제압에 나선 것. 그러나 포트엘리자베스 현지인들이 남아공의 전통 악기인 부부젤라를 불며 그리스의 북소리를 잠재웠다.

포트엘리자베스 주민들의 환대는 대표팀의 훈련장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취재진을 태운 버스가 대표팀 훈련장인 겔반데일 스타디움에 도착하자 현지인 수백명이 훈련장 밖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다가 버스를 에워싸고 환호했다. 부부젤라 소리가 훈련장이 떠나가라 울려퍼졌고, 태극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클럽의 휘장이 겔반데일 훈련장 주변에 휘날렸다. 예상치 못한 현지인들의 운집에 놀란 취재진은 혹시나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내리지 못하고 버스 안에 잠시 갇혀(?) 있었다. 그러나 우호적인 환대임을 알고 하나 둘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고,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나 경험할 수 있는 '우쭐해지고 쑥스러운' 열광적인 환영 세례를 받았다. 버스 출구로부터 두 줄로 수십m나 이어진 현지인들의 인간 터널을 통과하는 과분한 환대를 받은 것.

이 같은 해프닝은 한국 선수단을 기다리고 있던 현지인들이 취재진 버스를 선수단으로 잘못 알면서 일어났지만 이들은 취재진의 '실체'를 안 뒤에도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휘파람을 부는 등 환호를 그치지 않았다. 취재진이 좁은 인간 터널을 지날 때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감사합니다'는 등 한국 인사말이 터져나왔고, 'Where is Ji Sung Park?(박지성은 어디 있느냐)"과 같은 질문도 쏟아졌다. 포트엘리자베스에서 2년째 유학하고 있는 정직한(20)씨는 "남아공 흑인들의 경우 한국을 잘 모르지만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즐겨보기 때문에 박지성은 잘 안다"며 "아마 취재진 버스를 선수단 버스로 잘못 알고 환호를 지르고 박지성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오후 6시 한국 대표팀이 훈련을 마치고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대표팀을 환대한 현지인들도 적잖았다.

한편 남아공 제4의 도시인 포트엘리자베스는 남아공 남단 인도양을 접하고 있는 항구 도시로, 각종 철강과 관련된 산업이 발전돼 있다. 도심 전체에 아열대성기후 식물이 도심을 수놓고 있고 탁트인 바다와 해변가, 낮은 건물 등 마치 남태평양 섬을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도시다.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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