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강산 만물상이 울고갈라" 가야산 만물상 탐방로 개방

'38년만의 개방' 백운리 야영장∼서성재 3㎞ 구간 탄성 절로

상아덤 아래서 내려다본 가야산 만물상 전경. 금강산의 만물상에 비견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상아덤 아래서 내려다본 가야산 만물상 전경. 금강산의 만물상에 비견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38년 동안 폐쇄됐던 성주 가야산 만물상 탐방로가 12일 개방된다. 1972년 가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자연보호 등을 이유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던 만물상 탐방로가 활짝 문을 여는 것이다.

출입 통제가 풀리는 등산로는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야영장~만물상 능선~서성재에 이르는 약 3㎞ 구간. 이곳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생태계가 살아 있고, 가야산의 여신 정견모주와 하늘신 이비하가 만났다는 전설이 서린 상아덤을 비롯해 코끼리와 부처, 토끼 등을 닮은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다. 개방을 하루 앞둔 11일 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의 안내로 만물상 등산로를 답사했다.

탐방로는 백운리 야영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등산로는 처음부터 가파르다. 등산을 시작한 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린다.

하지만 두명이 교행하기 힘들 정도로 좁고 거친 길이지만 40년 가까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오솔길을 걷는 기분은 상쾌하다. 거칠고 위험한 등산로 곳곳에는 국립공원 측이 목재 데크와 돌계단 등 안전시설을 해놓았다.

괭이 자루로 많이 이용되는 물푸레나무와 잎이 아기 손처럼 앙증스레 생긴 참꽃나무가 눈에 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위 사이로 참꽃나무 개체수가 많아진다.

볼거리가 풍성하다. 주변과 산 아래 골짜기와 숲 사이로 사람과 동물 등의 형상을 하고 있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곳곳에 앉아 등산객을 맞는다. 코끼리바위, 부처바위, 책바위, 남근바위 등 가히 '만물상'이라 할 만큼 조물주가 재주를 부려놓았다. 비바람에 깎이고 씻긴 바위가 아니라 누군가 정교하게 다듬어 얹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 가천분소 권영아씨는 "만물상 탐방로는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를 감상하는 것이 매력"이라며 "갖가지 형상을 하고 있는 수많은 바위에 모두 이름을 붙여주어야 하는데…"라고 했다.

바위들은 보는 위치는 물론 마음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르게 보인다. 절벽처럼 보였던 바위를 다시 보니 복스런 두꺼비 형상을 하고 있다. 등산로 중간중간에는 돌로 쌓은 가야산성 흔적도 보인다. 가파른 오르막길이던 만물상 등산로는 해발 920m지점부터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구경거리가 더 많아진다.

해발 1천m쯤에서 만난 코끼리바위. 코를 길게 늘어뜨리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하고 있는 코끼리 형상의 바위를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감돈다. 코끼리바위 바로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절벽을 향해 기도하고 있는 부처바위도 보인다. 평평한 바위에 걸터앉아 바람을 쐬니 흐르는 땀이 달아날 정도로 공기가 상쾌하다.

만물상을 구경하기 가장 좋은 곳은 1천150m에 위치한 상아덤 바로 밑 전망대. 이곳에 서면 한눈에 만물상 능선이 들어온다. 어느 것을 먼저 봐야할지 모를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가야산 정상 칠불봉(1천433m)도 손이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가야산의 여신 정견모주와 하늘신 이비하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상아덤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200m쯤 내려가면 가야산 산행길의 쉼터 역할을 하는 만물상 등산로 종착지인 서성재에 이른다. 이곳에서 칠불봉까지는 1.2㎞거리이다. 백운리 야영장에서 서성재까지 등산거리는 2시간가량이지만 중간중간 쉬는 것을 감안하면 2시30분~3시간은 족히 걸린다. 변정수 가천분소장은 "등산로가 가팔라 물을 구할 데가 없어 식수를 넉넉하게 준비하고, 속도조절을 하며 오르셔야 한다"고 등산객들에게 당부했다.

성주·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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