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들의 군함이 정박하는 그리스의 항구 피레우스에는 '일리아'라는 유명한 여자가 있다. 비록 매춘부지만 항구의 사내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사내들은 일리아를 단순한 매춘부가 아니라, 그들의 친구이자 여신처럼 떠받든다. 그녀는 '일'을 할 때도 돈보다는 사람을 보고 고르고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 정도로 자유분방하며, 그리스 비극을 보러 갈 정도로 지적인 호기심도 넘치는 여자다. 어느 날 항구마을에 미국인 '호머'가 찾아온다. 미국의 물질만능주의에 회의를 느끼고 문화의 근원을 찾아보겠노라고 그리스를 찾아온 그는 일리아를 보고 호기심을 느낀다. 하지만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이 매춘을 한다는 것은 그에겐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호머는 일리아를 교화시켜 보려고 무던히 애를 쓰지만 그녀는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 호머 자신도 마을 주민들과 자꾸 마찰을 빚게 된다. 그녀를 교화시키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본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는데….
문명의 발상지이자 찬란한 문화유산을 꽃피운 그리스. 하지만 20세기의 그리스는 가난했다. 매춘부 일리아는 그리스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그녀는 자본주의의 거대한 물결에 밀려 매춘부가 됐지만 누구에게 소유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여인이다. 반면 호머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를 상징한다. 자본주의에 지친 그는 일리아에게서 그리스의 순수와 열정을 발견하고 희망도 동시에 찾아낸다. 그녀를 교화시켜 고대 그리스의 정신을 부활시켜보고자 노력하지만 그건 자본주의에 물든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의 이야기일 뿐이다. 영화는 진정한 그리스의 자유정신이란 어떤 것인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풀어가고 있으며 인간의 가치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그리스의 예술을 세계적으로 알린 많은 예인들 중 가장 유명한 영화배우가 '멜리나 메르쿠리'다. 그녀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게 한 영화가 바로 '일요일은 참으세요'다. 영화가 히트하자 브로드웨이의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고 멜리나 메르쿠리가 부른 주제가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감독 줄스 다신은 그리스 문화부 장관이 되는 멜리나 메르쿠리와 1966년에 결혼했다. 1960년작, 방송 길이 92분.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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