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 산간지역에는 예부터 이런 말이 전해 내려온다. "시집 온 새댁이 나물 이름 30가지 정도를 모르면 굶어죽는다"는 말이다. 단적인 말이지만 그만큼 산나물은 오래 전부터 산을 터전으로 살아왔던 서민들에게 중요한 먹을거리의 하나로 인정돼 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마다 4월부터 6월 중순까지 우리나라 전국의 산에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산나물들이 뒤덮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웰빙 바람을 타고 전국의 건강 마니아들이 산나물을 뜯으러 산으로 몰려가고 있다. 심지어 전문 산행꾼들조차 산에 오를라치면 채취한 산나물을 담기 위한 비닐봉지나 가방 하나쯤 허리춤에 차는 게 다반사가 될 정도다. 산행보다는 산나물을 뜯는 재미로 산에 오르는 산꾼들이 더 많을 정도다.
전국에서도 최고의 오지로 유명한 영양지역에는 이맘때면 그야말로 산나물 천지가 된다. 골이 깊고 넓디넓은 품을 갖고 있는 '일월산'과 '검마산' 등에서 자생하는 산나물의 맛이 전국으로 소문난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양 일월산 산나물'의 브랜드 가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영양군은 이 같은 자연적 산나물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영양 산나물축제'를 열어 전국의 미식가들을 불러 모으는데 성공하고 있다.
◆자연이 선물한 건강밥상 '산나물'
산나물은 산에서 나는 나물을 말한다. 우리가 거의 매일 먹는 채소도 처음에는 산에서 자라던 식물이었다. 그것을 개량해 먹기 좋게 한 것이 오늘날 밥상에 오르는 채소다.
산나물은 우리나라 자생 식용식물로 봄이 되면 전국 산하에서 자란다. 산나물은 경쟁하듯 낮은 산에서 시작해 높은 산으로 올라가면서 자란다.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쑥·쑥부쟁이·원추리·개미취·참취·홀잎나물·두릅 등 낮은 산에서 자라는 나물과 얼레지·참나물·모시대·곰취·박쥐나물·청옥 등 높은 산으로 올라갈수록 헤아릴 수 없는 나물들이 자란다. 참취·곰취·참나물·미역취·엄나무순처럼 잎이나 순을 먹는 것과 도라지·더덕·잔대처럼 뿌리를 먹는 것, 달래·고들빼기·냉이처럼 잎과 뿌리를 동시에 먹는 것, 당귀·머루·다래처럼 열매를 먹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산나물은 영양면에서 좋다. 산나물을 먹으면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음식을 잘못 먹어 생긴 온갖 성인병 예방과 치료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산이 높고 수려하며,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산나물이어야 향과 맛은 물론 기(氣)가 많이 담겨 있다. 산나물에는 영양소가 많이 함유돼 있어 건강식품으로 으뜸이라고 한다.
산나물에는 미네랄·칼륨·칼슘·인·철이 골고루 들어 있으며, 함유된 사포닌 또한 우리 몸의 저항력을 길러줌으로써 성인병 예방과 치료는 물론 인체를 알칼리성으로 바꿔주는 기능을 한다. 특히 비타민·미네랄·섬유소 등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꼽힌다.
◆산나물의 향·맛·영양 덩어리 '산나물 음식'
경북 북부지역에는 식당마다 재래식 된장과 간장을 쓰는 곳이 많다. 건강한 한식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들이다. 또 콩을 많이 쓰고 산나물을 주 재료로 사용한다. 조상들이 자연에서 얻은 먹을거리에 대한 지혜는 현대인들의 지식을 능가한다. 상에 차려진 음식들은 색도 곱다. 모두 자연에서 온 덕이다. 북부지역 음식은 이러한 조상들의 지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산나물의 고장 영양 초입에 있는 입암면 선바위관광단지내에 '선바위가든'이라는 식당이 있다. 이곳은 보기 드물게 일년 내내 산에서 뜯어온 자연산 산나물의 맛과 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산나물이 나는 제철에는 파란나물(일명 종합나물) 반찬이 한 상 가득하고, 제철을 보내면 삶아서 말려 저장해 뒀다가 조리해 낸 묵나물(묵은 산나물) 반찬이 산나물의 맛·향·영양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이 식당은 여사장 고형임(64)씨와 딸 권명숙(39)씨, 아들 현우(33)씨 부부 등 가족이 운영한다. 8년 전 이곳으로 내려와 식당을 운영해오던 고씨는 소일거리 삼아 산에 올라 채취한 산나물을 손님상에 올렸다가 반응이 좋아 본격적으로 산나물 전문 식당으로 탈바꿈시켰다.
이곳에서 먹을 수 있는 산나물의 종류는 20가지가 넘는다. 물론 한 상에 다 먹을 수는 없지만 운 좋은 날에는 10여가지의 산나물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직접 담근 된장은 기본이다. 취나물·엄나무순·분재·다래순·개미취·오갈피 등 3~5가지 이상의 푸른 나물을 한꺼번에 섞어 무쳐낸 파란나물 밑반찬에다 우산대·다래순·산뽕잎·취나물 등 묵나물 무침, 민들레로 만들어 독특한 향내를 지닌 민들레 김치, 고사리 무침, 당귀뿌리 장아찌, 참죽 장아찌, 봄 냉이 김치 등 산나물의 향연을 보는 듯 한 상 푸짐하게 차려낸다.
고형임씨는 "모든 나물에는 사람에 따라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이 있다. 이를 함께 섞어 무쳐내면 상호작용으로 독성 등이 사라지고 깊은 맛이 난다. 입속에서도 쌉싸름한 첫맛과 덜큰한 맛, 달콤한 목넘김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한다. 깨소금과 약간의 집간장이 양념의 전부다. 산나물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향과 맛 자체가 양념이기 때문이다.
◆한식세계화 소재로 으뜸 '비빔밥·사찰음식'
한식 세계화 바람을 타고 사찰음식이 한국의 대표적 브랜드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계 최고 음식전문 언론사의 칼럼니스트, 음식 평론가, 요리사(셰프) 등이 한국의 사찰음식에 대해 체험하고 놀라운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세계사찰음식 대향연'이나 인천국제도시 개막식 등에 참석했던 세계적 미식가들의 입에서는 자연에서 얻은 건강 재료인 산나물과 한국의 대표적 조리법인 '절임과 발효'로 만들어 낸 사찰음식에 대해 놀랍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안동의 용수사에서 마련된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음식 대향연'에 참석한 세계적 음식평론가 윌리엄 기쎌라씨와 미국 뉴욕 모모후쿠 쌈바를 운영하는 유명한 셰프(요리사) 데이비드 장씨도 "국가마다 고유한 음식이 전해오고 있지만 한국의 음식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발효라는 독특한 조리법으로 만들어 굉장한 철학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음식은 웰빙(Well-being), 슬로 푸드(Slow food) 등 현대인들이 찾고 있는 대표적 건강 음식이어서 세계화 소재로 손색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찰음식에 대한 세계적 평가는 사찰음식의 주 재료인 산나물이 음식 세계화 재료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특히 산나물을 활용한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잭슨 비빔밥'(대표 김철현·www.jsbbb.com)이 보여주는 산나물의 한식세계화에 주목할 만하다.
잭슨 비빔밥은 15종의 무공해 산나물로 조리한 비빔밥을 세계 최초로 만든 국물 없는 떡볶이, 그리고 최고급 커피와 함께 테이크아웃 형태로 즐기는 최초의 컵 비빔밥 등 특화된 메뉴로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성인병에 특효가 있는 무공해 산나물인 곤드레·곰취·취나물·더덕·고사리·다래순·두릅 등의 고품격 웰빙 재료로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잭슨 비빔밥은 올해 국내 70호점 및 해외 10호점을 개설할 예정이며, 뉴질랜드 진출과 샌프란시스코 인근 세 곳에서 동시 런칭을 위해 발 빠르게 준비 중이다.
향토음식산업화특별취재팀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 프리랜서 강병두 plmnb12@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