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만 감독이 사는 법은…

"난 알바의 달인… 스릴러 대가 되고파"

이규만 감독이 7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의 레스토랑 야외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규만 감독이 7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의 레스토랑 야외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규만 감독은 목회자(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평범한 아이였다. 그렇게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뛰어나게(?) 놀기를 잘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꿈에 부푼 아이였다. 중학교 때 크리스천과 휴머니즘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든 '미션'(Mission)이라는 영화는 그의 영혼을 꿈틀거리게 했으며, 결국에는 집을 뛰쳐나오도록 만들었다. 2년 동안 친구집 이곳저곳에서 빈대살이를 했으며, 영화가 좋아 결국에는 삼수 끝에 부산의 경성대 연극영화과에 입학,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이 감독은 서울 광명에서 태어나 경수초교-효성중-세일고를 졸업했다. 그와의 짧은 토크.

-빈대살이의 기술이 있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친구들의 부모님께 최대한 모범생으로 보여야 하며, 믿음을 줘야 합니다. 그래야 밥상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빈대살이 경험은 영화감독이 돼서도 유용합니다. 어려운 상황에 어려운 사람에게 부탁해야 할 때 망설이는 법이 없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니까요.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제가 아르바이트의 달인입니다. 식당 보조일부터 커피숍 직원, 피자 배달, 당구장 보조, 스키장과 스케이트장 계약직원 등 10가지 넘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 썼습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지망생이 수없이 많지만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전 참 운이 좋은 편이죠. '리턴'이라는 영화도 만나고, 영혼이 교감하는 아내도 만났으니까요. 내년에 개봉될 영화 '아이들'은 더 잘 되겠죠.(하하하)

-존경하는 감독이 있다면.

▶제 아내를 너무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닭살이 돋으니까 빼 두고요, 국내에서는 이창동, 임권택,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을 좋아합니다. 이분들은 자신이 아니면 영화로 태어날 수 없는 작품들을 만들어내니까 거장으로서의 위대함이 느껴집니다. 이규만 역시 이들처럼 이규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술적인 DNA는 있나.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어릴 때 목회자인 아버지가 방안에서 인형극을 하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조그만 개척교회에서 신도들에게 보여줄 인형극이었는데 연습하는 모습을 몰래 들여다보니 마치 연기의 달인처럼 느껴졌고, 저 인형극으로 인해 신도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했어요. 저 역시 그런 끼가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리턴' 촬영 때 주연 배우들을 대해.

▶명민(김명민)씨는 프로페셔널한 배우입니다. 마지막 촬영 때 식음을 전폐한 채 계단 구석진 곳에서 몇 시간 동안 울며 감정유지를 하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준상(유준상)씨는 에너지가 참 좋으며, 집에 뮤지컬 및 연기 연습실이 있을 만큼 자신을 갈고 닦는 배우입니다. 태우(김태우)씨는 밖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위트가 넘치며 하이 코미디를 구사할 줄 아는 엔터테이너입니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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