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구경북의 밤하늘은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12일 밤 그리스전 한국축구팀의 승리가 확정되는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대구시민운동장과 동성로,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등 대구 도심은 10만명 거리응원단의 함성 속에 밤을 잊은 채 달아올랐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 그리스전을 화끈한 승리로 장식한 태극전사들의 선전에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마음껏 외쳤고 서로 부둥켜안으며 환호했다.
이날 대구시민운동장 주경기장에 운집한 2만여 시민들은 붉은악마 대구지회 회원들과 함께 응원전을 펼쳤다. 현지 중계가 시작되기 전부터 파도타기 응원으로 시동을 걸었고, 애국가와 함께 본부석 맞은편 스탠드에서 대형 태극기가 펼쳐지는 순간 뜨거운 함성이 시민운동장 하늘 높이 울려퍼졌다.
경기 초반 수비수 이정수의 첫 골이 터지자 경기장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여기저기서 폭죽이 하얀 연기와 함께 피어오르고 관중들이 던진 두루마리 휴지는 하얗고 큰 곡선을 그리며 휘날렸다.
시민들은 주위 사람들과 얼싸안고 박수를 치며 함께 열광했다. 붉은악마들이 모인 곳에서 응원가가 시작되면 양 옆의 시민들부터 호응해 점차 관중석 전체로 퍼져나갔다.
전반전이 끝나고 잠시 숨을 돌린 순간, 다시 한 번 경기장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후반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대표팀의 주장 박지성이 단독 돌파에 이어 수비의 방해를 떨쳐내며 두 번째 골을 터뜨린 것.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시민들은 '박지성'을 연호했다. 붉은악마의 북소리에도 한껏 흥이 실렸고 붉은악마 응원단의 상징 '치우천왕'의 얼굴이 새겨진 대형 깃발은 오래도록 휘날렸다.
경기가 대한민국의 2대0 승리로 끝나자 시민들은 '아리랑'을 신명나게 불러대며 승리를 자축했다.
조현석(26)씨 일행은 "첫 경기인데다 그리스가 만만찮은 팀이라 마음을 졸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화끈한 승부 끝에 1승을 거둬 기분이 최고"라며 "이 기세를 몰아 8강, 아니 2002년 때처럼 4강 신화를 재현했으면 좋겠다"고 외쳤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의 밤도 뜨거웠다. 동성로 축제 기간과 맞물려 거리응원이 펼쳐진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시민 2만여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발 디딜 틈조차 없이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한국 대표팀의 투혼에 아낌없는 환호로 화답했다. 경기 후에도 시민들은 동성로 곳곳에서 밤새 함성을 지르며 행진하거나 주변 주점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등 이튿날 새벽까지 승리를 만끽했다.
김영수(29)씨는 "이번처럼 한국이 경기를 매끄럽게 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며 "모처럼 친구들과 모여 목청도 돋우고 힘껏 응원을 펼친 덕에 취업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미정(24·여)씨는 "거리 응원을 하러 갈지 고민했는데 역시 축구는 함께 보고 응원하면서 승리를 만끽하는 데 참맛이 있는 것 같다"며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경기 때도 꼭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로 나오겠다"고 말했다.
시민 3만명 이상이 몰린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도 승리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곳에 모인 시민들은 좀처럼 흥분을 삭이지 못한 채 대표팀의 승리에 열광했다.
이경희(42)씨 가족은 "원정 월드컵인데 첫 경기에서 이긴 태극전사들이 자랑스럽다"며 "경기 내용까지 좋아 느낌이 좋다. 16강에 올라갈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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