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다른 짐승을 놀라게 한다'는 뜻의 고사성어에서 비롯된 호가호위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 주변에서 빚어지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인 모양이다.
과거 전직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들이 물의를 일으켰던 것처럼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나 차기 대권주자 중 한사람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주변에서도 이 같은 호가호위 현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후 화두로 떠오른 것이 인적쇄신 요구다.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해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지 못한 대통령이나 권력자 주변의 호가호위 행위에 대해 국민들이 냉엄한 심판을 내렸다는 것이다.
국정운영에서 소외된 데다 지난 선거에서도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은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비슷한 유형의 비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한나라당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 주변인사들의 호가호위 행위는 지방선거를 망친 주요 원인 중의 하나였다. 자신이 지역구 관리를 맡긴 인사가 박 전 대표를 앞세워 호가호위를 했다는 비판이 확산되면서 달성군 선거구도는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도 역부족일 정도로 허물어졌다. 박 전 대표는 호가호위가 먹혀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호가호위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호랑이의 뜻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 토양이 조성돼야 한다. 그래야 '여우'가 '호랑이'를 대신해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호가호위에 대해 호랑이는 자기책임이 없다고 발뺌할 것이다. 문제는 호가호위 행위에 따른 책임을 호랑이가 져야 한다는 점이다. '교활한' 여우가 자신을 대신하도록 한 것은 '어리석은' 호랑이의 용병술이다.
박 전 대표 주변에는 친박(親朴)계라는 정치세력이 포진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좌장'을 두지 않아 호가호위할 여지가 있는 측근을 없앴다. 일견 이 같은 용인술은 성공하는 듯 했다. 박 전 대표와 정치권내의 친박계 인사들은 하나같이 대리인없이 박 전 대표와 직접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선가 친박계는 박 전 대표와 친박계는 각자가 직접 연결된 방사형 조직구조로 돼있다. 중간보스는 물론, 관리자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는 아주 민주적인 수평구조를 띠고 있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의 안방에서는 호가호위할 수 있는 틈새가 있었던 모양이다.
친박계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차라리 박 전 대표의 뜻을 대신하는 '여우'가 나섰다면 친박계 대구 출신 두 중진 의원들이 국회부의장 자리를 두고 맞붙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친박계내에서는 원로와 중진, 소장파 등이 제각각이다. 선배'동료의원들에 대한 예우도 전과 같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나 박 전 대표의 언급외에는 중진의원의 발언도 신뢰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친박계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가 박 전 대표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친박계의 국정참여를 최소화시킨 것이 사실이지만 친박계도 당내 비주류로서 이 대통령의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반대하거나 비판해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선거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반(反) MB연대' 전선에 힘을 합친 반면 여권은 '한 지붕 두 가족' 상태를 심화시키면서 힘을 분산시켰다.
이제라도 박 전 대표 스스로 정치집단으로서의 '친박'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와 허점을 해부하고 직시해 보는 것이 좋겠다.
서명수 서울정치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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