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든 국가든 못난 수장(首長)을 만나면 구성원들은 고달프다. 리더십도 없이 '자리'만 내세워 행세하려고만 든다면 축출되거나 반란을 초래하게 된다는 건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중세 영국(잉글랜드)의 왕 존이 그랬다. 형 사자왕 리처드 1세가 십자군 전쟁을 치르는 동안 왕 역할을 했다. 1199년 형이 죽자 조카 아서 왕자를 제치고 왕 자리를 꿰찼다. 능력 없이 권세만 부려 당대의 대국 프랑스와 전쟁을 벌이다 패해 노르망디 지역 대부분을 잃었다. 전쟁비용으로 조세까지 대폭 올렸으나 땅을 잃어 별명이 '실지왕'이다. 귀족들과 대립했고 교회와도 맞섰다. 대세를 읽지 못한 군주의 전형은 결국 반란을 불렀다. 귀족들의 무력항쟁에서 수세로 몰리자 존은 항복문서를 작성, 그들의 분노를 잠재웠다. 이 문서가 1215년 오늘 승인된, 유명한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大憲章)이다.
일부 왕권포기 및 법적절차 존중을 주내용으로 한 마그나 카르타는 엄밀한 의미로 보면 인권선언은 아니다. 다만 후대에 민주적 요소로 해석됨으로써 영국 민주주의의 시발점이 됐다. 오늘날 런던 서쪽에 있는 셀즈베리 대성당에 보관돼 있다. 존은 영화 '로빈 후드'에 나오는 바로 그 못난 군주로 왕운은 좋았던지 죽는 날까지 왕위에 있었다.
우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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