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오후 8시 30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그리스를 상대했을 때와는 다른 전략과 전술로 나설 전망이다. 그리스전에서는 승점을 따는 것이 중요했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승점을 잃지 않으려는 경기 운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목표한 승점 1점 이상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아르헨티나 전력의 핵심인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를 막아야 한다. 아르헨티나에는 메시 말고도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즐비하지만, 한국으로서는 일단 메시의 발을 묶는 것이 급선무다.
◆박지성과 메시 중원 맞대결
한국은 그리스와 경기에서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왼쪽 미드필더로 내세운 4-4-2의 주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는 박지성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우고 미드필더 숫자를 늘린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아르헨티나도 나이지리아전에서 메시를 원톱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밑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좌·우에 앙헬 디 마리아(벤피카)와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를 내세운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한국전에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박지성과 메시는 중원에서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칠 상황이다. 박지성은 메시에서 시작되는 아르헨티나 공격을 1차적으로 저지하고, 역습으로 골을 만드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에 대비, 한국은 4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치른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일명 '박지성 시프트'로 불리는 4-2-3-1을 가동했다. 4-1-4-1 포메이션의 스페인이 세계적 미드필더들을 보유해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박지성이 오른쪽 허벅지 안쪽 근육 통증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제대로 된 실험을 못 했다.
박지성은 소속팀에서 메시에 판정승을 거둔 적이 있다. 2008년 4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풀타임을 뛰면서 메시를 봉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1대0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던 박지성은 오른쪽 날개 메시를 꽁꽁 묶었다. 메시가 중앙 미드필더로 옮기자 박지성도 똑같이 자리를 옮겨 메시를 무력화했다. 박지성은 이날 무려 1만1천962m를 뛰었다.
◆전담마크맨 두면 누구?
한국은 4-2-3-1 포메이션에서 메시에게 전담 마크맨을 둘 가능성도 있다. 박지성이 소속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처럼 메시를 전담 마크하는 방법을 1차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아니면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정우와 김남일 가운데 한명을 전담 마크맨으로 붙여 '찰거머리' 수비를 할 가능성이 크다.
◆협력수비만이 해법
나이지리아는 아르헨티나전에서 전담 마크맨을 두지 않는 대신 메시가 볼을 잡으면 순간적으로 2, 3명이 에워싸며 봉쇄에 나섰다. 메시는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90분 동안 8천372m를 뛰면서 이과인, 테베스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위협적인 득점 기회를 연출했다. 비록 골을 넣지 못했지만 나이지리아의 수비수를 허무는 화려한 드리블과 이동하는 동료의 동선에 정확하게 찔러주는 패스는 메시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따라서 메시를 막는 방법은 협력수비뿐이다. 전담 마크맨과 함께 메시의 패스 진로를 사전 차단하는 철저한 협력수비만이 해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표팀 수비수 이정수(가시마)는 "메시는 1대1로 막아서는 안 된다. 서로 도와가며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일(톰 톰스크)도 "메시를 막는 데는 한두명으로는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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