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셔츠, 캠페인을 만나다…환경·인간 등 메시지 전달

패션산업 핵심 아이템 부상…전문 편집매장 매출 급성장

간편한 차림의 대명사였던 티셔츠가 가장 매력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각 의류업체들은 앞다퉈 캠페인 디자인 티셔츠를 출시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기왕이면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티셔츠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간편한 차림의 대명사였던 티셔츠가 가장 매력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각 의류업체들은 앞다퉈 캠페인 디자인 티셔츠를 출시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기왕이면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티셔츠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만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패션 아이템 티셔츠. 티셔츠가 요즘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메신저'로, 예술가들의 작품을 대중화하는 '캔버스'로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제작이 간편하고 다양한 문양과 문구를 그려넣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최근 이런 티셔츠의 매력에 주목하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티셔츠만으로 구성된 편집매장을 선보이는가 하면, 각 브랜드마다 다양한 캠페인 티셔츠를 통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패션의 강자에서 예술작품으로!

최근 티셔츠는 패션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는 티셔츠 전문숍까지 만들어질 정도. 지난해 6월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T-bar'라는 이름의 프리미엄 티셔츠 편집매장을 선보였다. 20, 30대 젊은 고객들을 상대로 미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수입한 티셔츠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이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해 6월 강남점에 영패션 전문관을 오픈하면서 'T-with'라는 이름의 티셔츠 전문 편집숍을 론칭했다. 이런 티셔츠 전문 편집매장의 매출은 백화점 측에서도 놀랄 정도다. 신세계백화점 'T-with'의 매출은 월 1억원을 넘어선다고 한다. 신세계 측은 "캐주얼 의류의 가격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티셔츠로 유명한 브랜드 두 개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의 트레드리스(Threadless)와 일본의 그래니프(Graniph)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티셔츠 전문 매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예술과 티셔츠의 조화를 꾀했다는 점이다. 티셔츠가 하얀 캔버스의 역할을 하며 예술과 대중의 소통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 것.

온라인숍으로 운영되는 트레드리스는 티셔츠만으로 연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전문브랜드로 모든 제품들이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손을 거친 '작품'만을 판매한다. 또 일본의 그래니프 역시 디자인 공모를 통해 작품 같은 티셔츠를 살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천만원가량의 상금이 걸려있는 디자인 공모전에는 매회 1만5천여점이 넘는 디자인이 응모된다고 한다.

◆올해도 뜨거운 티셔츠 캠페인 바람

지난해 국내 패션업계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것은 바로 환경보호캠페인 티셔츠였다. 폴햄의 'Slow Life'(느리게 사는 삶), ASK의 'Tree Hug'(나무를 껴안읍시다), 지오다노의 'Walk, Don't Drive'(걸읍시다. 자동차를 타지 맙시다) 등이 그것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기왕이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이런 환경보호캠페인 티셔츠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지난해에는 '환경'에만 관심이 국한됐다면, 올해는 사회 전 분야로 이슈가 좀 더 확장됐다. 디자이너 이광희씨는 아프리카 지역의 기아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 현지에 망고나무를 심어주는 자선단체 '희망고' 프로젝트를 위한 티셔츠를 만들었다. 제일모직 여성복 '구호'는 '하트 포 아이'(Heart for Eye) 캠페인의 하나로 올해는 '하트'를 이용한 티셔츠를 선보였다. 제일모직은 매년 티셔츠 판매수익금으로 시각장애 어린이들의 개안 수술을 돕고 있다.

베이직하우스는 'Re-t 티셔츠' 캠페인을 통한 올해의 주제를 '집'으로 정하고 '집은 미소다' '집은 에너지다' 등의 그림과 글을 담았다.

'지구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도 여전하다. 헹텐은 'kiss the earth'라는 슬로건을 담았고, 테이트의 티셔츠도 '장바구니 이용' '자전거 타기' '머그컵 이용하기' 등 환경을 위한 행동들을 '지금'(NOW) 실천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 사람들이 한번쯤 멸종 위기 동식물 보호를 생각하게 하기 위해 톰보이는 '앵무새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체이스컬트는 코끼리를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코끼리 프린트 티셔츠를 내놓았다.

◆티셔츠의 시대학

티셔츠는 한때 젊음과 반항을 대변했다. 티셔츠가 오늘날처럼 대중적으로 확산된 데는 영화의 영향이 컸다. 1950년대 섹스 심벌인 말론 브랜도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꼭 끼는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하면서, 그의 흰색 티셔츠는 야성미를 돋보이게 하는 상징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또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와 젊음과 반항의 이미지를 얻게 됐다.

이후 1970년대 히피 문화에서 티셔츠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히피들이 기성 사회에 반기를 드는 메신저 역할로 티셔츠를 택했던 것. 이들은 티셔츠에다 'No war'(전쟁반대), 'Peace'(평화) 등의 문구를 적어 입고 반전운동을 펼쳤다. 이후 1980년대 핵무기 반대, 1990년대 'Stop AIDS' 등 시대 변화에 따라 내용을 달리하며 진화해갔다. 1990년대에는 전설적인 록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쿠바 혁명의 상징인 체 게바라, 엘비스 프레슬리, 마릴린 먼로 등 유명인의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가 크게 유행했다.

슬로건 티셔츠의 원조는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캐서린 햄릿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1984년 마가릿 대처 총리에게 영국 최고의 디자이너 상을 받을 때 정장 대신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입었다. 그 셔츠에는 '58% Don't want pershing'(58%의 국민은 핵탄두 미사일을 원하지 않는다)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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