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과학으로 진화하는 축구'] ⑤ 한 골의 가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36개의 슈팅을 날렸다. 이 중 골문 안 슈팅은 14개였고 4개가 성공했다. 축구선수들은 골 결정력에 따라 받는 대접이 다르다. 유럽 프로축구 무대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골게터들이다. 잡은 기회를 확실히 득점으로 연결하는 골 감각이야말로 축구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재능이다.

그러나 최고의 골잡이들을 모아 경기를 하더라도 축구의 골 성공률은 농구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농구는 좁은 림을 향해 큰 볼을 던지는데도 득점이 많지만 왜 축구는 훨씬 넓은 골을 향해 슈팅을 하는데 득점이 잘 나지 않을까? 축구에서 골키퍼가 신의 손을 자랑하며 꿋꿋이 버티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발의 기술상 정교함이 손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는 일반적인 요인 때문이다. 손은 발보다 더욱 섬세하고 많은 근육이 작용하면서 동작을 수행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적인 동작수행이 가능하다. 운동의 정확성과 관련된 운동제어의 중요한 이론 중에는 보다 큰 힘을 발휘할 경우 힘의 가변성이 커지면서 수행되는 동작이 실수를 일으킬 가변성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성공률이 저하된다(Schmidt의 법칙)는 주장이 널리 인식되고 있다.

즉 농구의 슈팅 때보다 축구의 킥에서는 대근육이 동원되면서 큰 힘이 요구되기 때문에 실수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다. 농구의 경우 볼의 속도가 빠른 슈팅은 의미가 없는데 반해 축구에서는 빠른 속도의 슈팅이 요구된다는 점도 성공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축구경기의 슈팅 시 지나치게 강한 슈팅을 요구하기보다 정확한 슈팅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결과에 해당한다. 눈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적인 정보와 하지 근육에 의해서 발휘되는 운동정보의 협응성은 동작의 정확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운동수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 및 동작시간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대뇌로부터 내려진 명령정보가 동작을 수행하는 근육에 이르기까지의 거리가 손보다 발이 먼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중간 매개변수가 다양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져 눈-머리-발의 협응성이 눈-머리-손의 협응성보다 떨어지면서 슈팅의 성공률이 현저히 저하된다. 운동수행의 제어체계 중 대표적인 이론인 폐쇄회로 및 개방회로 체계의 관점에서 동작의 정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폐쇄회로 체계상에서는 동작오류와 관련된 피드백을 통해서 수정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동작수정에 대한 피드백이 빈번하게 이루어질수록 그 성공률이 높아지는데, 한 경기에서 선수 1명당 20회 이상의 슈팅기회가 주어지는 농구에 비해 3~5차례 슈팅기회만이 주어지는 축구의 경우 실수에 대한 피드백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성공률은 당연히 낮아지는 것이다. 축구선수들의 골 결정력 부재는 경기 때마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슈팅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축구 발전을 위한 최대 과제이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