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미드 필드

축구에서 미드 필드는 경기장을 3등분했을 때 센터 서클을 중심으로 한 지역을 뜻한다. 축구장의 세로 길이를 100m로 봤을 때 중앙에서 좌우로 20~30m 정도의 구간으로 보면 될 것이다. 미드 필드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오래지 않다. 과거 축구에서 이 지역은 누구의 땅도 아닌 무주공산(無主空山)이었다.

초창기 축구의 기본 전술 형태인 2-3-5 포메이션 때 미드 필드는 하프라고 불렀다. 센터 하프, 레프트 하프, 라이트 하프로 3명이 배치됐지만 오늘날처럼 공격형, 수비형의 형태가 아니라 지역적인 배치 개념에 더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전술이 점점 발달해 하프가 수비와 공격을 연결하는 중심 역할을 하면서 링커(Linker)라고 불렀다. 폭넓은 시야와 정확한 킥력으로 전체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오늘날 공격형과 수비형으로 세분화한 미드 필더의 원시적 개념에 가깝다. 90년대에 들면서 미드 필드는 축구의 중심 무대가 됐다. 전술과 개인기가 극대화되면서 아예 미드 필드에서의 싸움이 승부를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드 필드의 중요성은 올해 월드컵 대회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그리스와의 경기 때 미드 필드 싸움에서 완승했다. 센터 라인 근처의 미드 필드에서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쳐 그리스의 미드 필더들의 공 배급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렇다 할 위기 상황 없이 2대 0의 완승을 이끌어 낸 원동력이다. 어제 열린 일본과 카메룬의 대결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카메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됐지만 미드 필드를 장악해 승리했다.

미드 필드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바탕은 90분 동안 쉴 새 없이 뛰어다닐 수 있는 체력이다. 미드 필더들이 공격에 가담하면 원톱, 투톱의 공격수가 5, 6명으로 늘어나고, 수비에 가담하면 스리 백, 포백 수비가 배로 늘어난다. 활동폭이 넓으니 체력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일본이 후반전 20분대가 지나면서 일방적으로 밀린 것도 미드 필드진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때문이다.

그리스에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우리나라는 17일 아르헨티나, 23일 나이지리아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 경기 역시 미드 필드 싸움에서 승부가 결정날 것이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미드 필드를 제압해 세계를 놀라게 하는 승전보를 전해줄 것으로 믿는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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