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 길게 내려온 태백산맥을 인체에 비유하면 척추 뼈와 같다. 그래서 영남의 기질은 척추 뼈 기질이다. 척추는 몸의 기준이 되고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영남은 수백 년 동안 나라의 중심을 잡아왔다. 충청과 호남을 비롯한 기호 지방은 들판이 많고 먹을 것이 많았다. 우리 몸의 가슴과 아랫배에 해당한다. 나라의 먹을 것과 배부름이 여기서 나왔다. 척추가 기준이라면 가슴과 아랫배는 포용과 배부름을 상징한다. 이러한 산세와 기질적인 차이는 집안의 가풍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략) 영남지방의 가문들은 청렴을 가풍으로 이어왔고 기호지방은 베풀고 포용함을 가풍으로 이어왔다. 공무원들은 영남 집안을, 부자들은 기호 집안을 둘러봐야 한다.' -영호남의 가풍 차이- 1권 86, 87쪽.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는 지은이 조용헌이 이른바 강호(江湖) 즉, 강과 호수, 산과 들판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사연을 만나 공부한 것을 동양학의 관점에서 돌아본 내용이다. 그가 만난 고수들에게는 저마다 특기가 있었고, '한칼'이 있었다. 절에 가면 원효와 의상을 생각했고 식당에 가서는 이 요리가 어째서 이렇게 맛있는가 골똘히 생각했다. 명당에 가면 어째서 이 터가 명당인가 궁금해 했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 그 별이 가진 사연을 궁금해 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지은이가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얻어낸 답 혹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동물관상법의 대가인 전주의 황산 선생은 일찍이 이명박 대통령을 멧돼지에 비유한 바 있다. 멧돼지의 습성 가운데 하나는 앞으로 돌진하는 행동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가리켜 흔히 저돌적 리더십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명박은 돌진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돼지도 집에서 사료 먹고 편안하게 자란 집돼지와 야생에서 칡뿌리 캐먹고 사는 멧돼지는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야생 멧돼지다. 그런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라소니다. 스라소니는 고양잇과 동물로서 그 크기는 개와 비슷하다. 난타전의 명수다. 주로 산양이나 토끼, 나이든 노루 등을 먹고 산다. 스라소니가 비록 빠르고 날카롭기는 하지만 야생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체중 150kg이 넘는 멧돼지를 사냥하는 일은 어렵다고 본다. 황산에 따르면 스라소니의 주특기는 캄캄한 야밤에 기습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멧돼지와 스라소니- 2권 254, 255쪽.
이처럼 이 책은 각 장별로, 키워드별로 흥미로운 인물이나 사건을 등장시켜 재미있게 풀고 있다. 다루는 분야는 매우 다양한데, 제 1권에서는 인물과 사회, 문화, 문명이라는 큰 주제 아래, 사람의 이름과 역사, 사회, 정치, 가족, 민속, 시사, 지역, 의식주, 미술, 문학, 음악, 건강, 사고, 풍류, 기술, 유물, 재물 등에 대해 짧지만 밀도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 2권에서는 자연, 천문, 종교, 운명을 큰 주제로, 산과 바다, 동물과 식물, 날짜와 주역, 풍수, 종교, 유불선, 예언, 생사, 사주, 관상 등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워낙 여러 가지 주제를 논하고 있기에 각각의 이야기는 매우 짧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이고 길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지은이 조용헌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민속학을 전공했다. 20세 무렵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사찰과 고택을 답사하며 수많은 기인, 달사들과 교류를 가졌다. 이들과 만남을 통해 터득한 천문, 지리, 인사에 관한 동양강호학 3대 과목을 한국 고유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데 주력해왔다. 현재 조선일보에 '조용헌 살롱'을 연재하고 있다. 1권 291쪽, 2권 261쪽. 각권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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