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춘추연묵(春秋硏墨)/정영태 지음

행서체로 옮겨 쓴 고대 성현들의 말씀과 詩

행서작품집 '춘추연묵'은 고대 성현들이 남긴 철언(哲言), 명구, 불성게구(佛聖偈句)를 비롯해 중세와 근세 우리나라와 중국의 현철(賢哲)들과 충신, 거사들이 남긴 좋은 말씀과 시를 모아 엄격한 한문쓰기 규칙과 법도에 따라 붓글씨로 쓴 책이다.

지은이는 "고전 속에는 성현들이 갈파한 좋은 말씀과 뜻이 있음에도 현대인들은 이런 좋은 글을 접할 기회가 극히 적다. 이런 글을 반복해 읽으면서 종교와 철학, 역사, 문학을 터득할 수 있으며 나아가 현대인의 메마른 정서에도 자양분이 될 수 있다"며 이 책을 펴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오랫동안 붓글씨를 써온 지은이는 성현들의 글을 행서체로 반듯하게 쓴 후, 그 옆에 토를 달고, 뜻을 밝혀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扁華不能肉白骨, 微箕未能扶傾國'라는 글을 붓글씨로 쓴 다음, 그 옆에 '편화도 불능육백골 하고 미기도 미능부경국이러라'고 토를 달았다. 그리고 아래에는 '편작과 화타 같은 천하의 명의라고 할지라도 흰 뼈로 살을 만들지는 못하고, 미자와 기자 같은 충신이라 할지라도 기울어진 나라를 붙들지 못하였음이라'고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또 편작은 전국시대의 명의로, 화타는 후한의 명의로, 미자와 기자는 은말 주왕의 숙부임을 밝혀둠으로써 이 문장의 의미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편의 붓글씨를 통해 좋은 말씀과 좋은 글씨뿐만 아니라 역사적 지식과 당대의 인물, 시대상황 등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책은 특히 글씨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유필의 본령인 행서체(한자의 여섯 서체 중 하나로, 해서와 초서의 중간쯤 되는 서체)의 쓰기 규칙을 엄격하게 따르고 있는데 책을 읽고 따라 쓰는 것으로 훌륭한 서예인으로 거듭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은이는 "요즘 서예를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괴필, 광필 등 제 마음대로 쓰는 글들이 찬미 받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제대로 된 글씨, 좋은 글을 배우고 익혀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은이 정영태씨는 어린 시절부터 붓글씨를 써왔으며 1980년대 서예작품으로 서단에 등단했고 몇 년 동안 춘추서예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세월은 재야에서 붓글씨를 써왔다. 이 책을 일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안을 얻고 생활의 지혜를 얻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듯 하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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