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책 읽기] 중국고대형구이야기(中國古代刑具故事)/리구인(中國文史出版社, 200

죄질에 맞게 고통을 주어라

'인간 존엄성'은 인간 형상을 한 모든 이에게 적용되어야 할 보편적 진리입니다. 그러나 예외인 경우도 있습니다. 형상만 인간을 닮았을 뿐이지 생각과 하는 짓이 짐승보다 못할 경우는 짐승처럼 다루어지게 마련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가 한 범죄자에게 사형을 언도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사회마다 '죽어 마땅한 사람'에 대한 인식은 각각 다릅니다. 일부 이슬람 사회에서는 혼전 성관계나 부녀자의 외도를 가장 혹독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마약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할 정도로 엄격하게 다룹니다. 근대 시기 마약으로 인한 국가적 치욕의 역사 경험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최근 성범죄, 특히 아동에 대한 성범죄가 가장 죄질이 나쁜 범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동에 대한 범죄행위는 국가사회의 미래에 대한 공격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범죄와 형벌의 문제는 역사 이래 늘 인구에 회자되던 화두였습니다. 리구인(李古寅)교수가 쓴『중국고대형구이야기 中國古代刑具故事』(中國文史出版社, 2005)를 보면 논쟁의 양상을 알 수 있습니다. 전국시대 진나라 효공(孝公)이 상앙(商?)을 기용하여 법가의 변법을 실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차형(車刑)을 보편화시키게 되었습니다. 훗날 제나라 왕이 이를 받아 실행하려고 하자 공자의 후대 자고(子高)가 나서서 "차형은 군자가 취해서는 안 되는 형벌입니다. 당신이 그것을 실행한다는 것은 휘하의 신하와 관료들을 잘못 둔 탓입니다"라고 말렸습니다. 제왕이 이유를 묻자 자공은 "천하가 분쟁 중인 지금, 많은 영웅호걸들이 덕이 있는 군주를 택하여 몸을 의탁하는데 만약 그렇게 혹독한 형벌을 남용한다면 민심을 잃게 될 것입니다"고 하였습니다. 일벌백계를 주장하는 법가와 관용을 주장하는 유가의 논쟁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핵심은 결국 '법'이냐 '덕'이냐는 것입니다.

노자(老子)의 이야기는 좀 더 원색적이고 진솔합니다. "범죄자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찌 그것을 사형도구라 할 수 있는가?" 형벌은 죄에 맞는 고통이 있어야 하고 고통의 공포가 있어야 궁극적으로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리구인 교수의 서적을 보면 중국은 고대부터 형벌이 매우 발달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형에서부터 체형, 벌금형에 이르기까지 범죄 유형별로 처벌방법이 다양합니다. 그 실행도 임의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유형과 범죄인의 상황에 따라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사형제도만 하더라도 칼, 활, 도끼, 끈, 마차, 맹수, 독충, 끓는 물, 불, 쇠기둥, 솥 등 죄목별로 다양한 수단들이 동원되었습니다. 같은 사형이라도 죄질에 따라 고통 정도를 달리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차형(車刑)의 경우는 다섯 대의 마차에 사지와 머리를 묶어 찢는 방법인데 다섯 토막으로 분리된다고 해서 오마분시(五馬分尸)라고도 합니다. 오마분시 후 남은 몸통은 다시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었다고 하는데 그 혹독함은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고대 중국에서 오마분시에 처해지는 최악의 흉악범죄는 첫째가 불효, 둘째가 불충이었습니다. 전진(前秦) 3년에 일어난 일입니다. 어떤 자가 모친의 재물을 훔쳐 멀리 달아나다 잡혀 변경지역으로 추방당하게 됩니다. 후에 그 일을 알게 된 태후는 분기탱천하여 그를 송환시켜 차형에 처합니다. 이유는 "삼천 가지가 넘는 죄가 있지만 그 중에서 불효가 가장 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죽어 마땅한 죄를 지은 자에서 내리는 차형. 중죄를 범하고도 너무나 태연자약한 표정의 범죄자, 사형언도를 받고도 반성조차 없는 뻔뻔한 범죄자들에게 꼭 필요한 역사 유산입니다.

경북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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