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탱크는 어느 전쟁서 출현했을까?

아틀라스 20세기 세계 전쟁사/피에르 발로 지음/남윤지 옮김/책과 함께

19세기가 혁명의 세기였다면 20세기는 전쟁의 세기였다. 19세기의 다양한 혁명은 구질서를 타파하고 민족주의 운동을 촉진했다. 민족주의는 20세기에 이르러 유혈충돌을 정당화했다. 1차 세계대전을 야기했던 것도,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대중을 동원했던 힘도, 반(反)히틀러 전쟁을 위해 스탈린이 내세운 것도 역시 민족주의였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는 잠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결인 냉전체제에 돌입했지만 소련과 공산권이 붕괴되면서 잠재해 있던 민족주의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과 인종 청소는 민족주의의 완전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민족주의를 일찍이 동원했던 국가들은 인권이니 인신보호령을 내세우는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전투에 임했다. 민족주의로 무장한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 등은 민족주의적 결집 강도가 떨어지는 이웃나라를 손쉽게 짓밟았다. 국력이 비슷할 경우에는 민족주의로 무장한 국가가 승리할 가능성이 늘 높다. 또한 정권의 정통성이 약한 독재자일수록 민족주의에 기대려는 성향을 보인다. 히틀러가 그랬고, 무솔리니가 그랬고, 일본의 왕실이 그랬고, 북한의 김일성 정권 역시 '우리끼리'를 강조했다. 한국의 노무현 정부(참여정부)도 민족주의에 상당히 의존하는 정부였다. '까짓것 미국하고 사이 좀 틀어지면 어떻습니까?' 라는 식으로 민족주의를 자극했다. 국제 관계 속에서 미국의 위치, 한국의 위치를 염두에 두지 않은 발언이었다. 적어도 한 나라의 여당 대통령 후보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런 '선동적'인 말이 먹혀들었고,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민족주의'는 위정자들이 언제라도 입에 물고 싶은 매혹적인 사탕이었다. 사탕을 문 당대는 득을 보지만 후대는 그 대가를 고스란히 치러야 했다.

이 책은 20세기에 발생했던 각종 전쟁을 통해 세계사를 파악한다. 전쟁이 발생하기 전 상황, 발생원인, 전개과정, 신무기, 전후 처리 등을 상세하게 보여줌으로써 세계 정치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전투나 전쟁마다 상세한 지도와 주석을 달아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각 전쟁에 등장한 신무기에 대해 별도로 설명을 곁들임으로써 무기 발달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1차 세계에서 기관총과 대포는 전례 없이 성능이 향상됐고, 당시 주 무기이기도 했다. 독가스가 처음 등장한 것도 1차 세계대전이었다. 독일은 폴란드와 서부전선에 독가스를 뿌렸고 곧 모든 교전국들이 독가스를 사용했다. 비행기가 전쟁에 등장한 것 역시 이때였다.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병기는 전차였다. 영국군은 새로운 비밀 병기인 전차를 물이나 기름저장 통으로 오인하게 하려고 이름을 '탱크'(Tank)라고 불렀다. 전차가 처음 출현한 것은 20세기 초였으나 전쟁에 핵심 전력으로 등장한 것은 1차 세계대전 때였다. 2차 세계대전에서는 다양한 무기가 발전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자폭탄이었다. 미국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고 9일엔 나가사키에 두 번째 폭탄을 투여했다.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수락했다.

지은이 피에르 발로는 프랑스의 역사학자이자 편집자로, 국제관계사, 전쟁사와 중동 분야 전문가다. 187쪽, 1만7천800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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