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동안 땀 흘려 일한 동네 아저씨들이 땅거미가 내릴 무렵이면 동구의 대폿집으로 하나 둘 모여든다. 막걸리 잔이 돌고, 양은 주전자가 커다란 막걸리 독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거듭한다. 그때쯤이면 순식이 어머니는 아들 딸 3남매를 앞세우고 대폿집으로 향한다. 맨 먼저 큰아들을 대폿집 안으로 들여보낸다. 들어가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아는 큰아들은 미적거리고 어머니는 주먹 쥔 손을 들고 흔들어 보인다. 큰아들은 어쩔 수 없이 대폿집 안으로 들어간다.
"아부지, 엄마가 오라카는데요."
"알았다. 쪼매 있다 가꾸마."
"지금 가입시더, 엄마가 기다린다카이."
"알았다카이, 이노무 자식이 퍼뜩 안 가나!"
첫째가 쫓겨나오면 둘째가 들어가고, 둘째가 쫓겨나오면 셋째가 들어간다. 결국 아버지는 막내인 셋째 딸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는 저 앞 어둠속에서 걷고 있는 마누라를 향해 '어데, 여편네가 술집까지 쫓아오느냐'고 고함을 질러댄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그렇게 굳은 돈으로 새집을 짓고 밭뙈기도 샀다.
김은주, 윤명희, 추선희씨가 함께 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이다. 지은이 세 사람은 어린 시절 이야기, 부모님에 관한 기억, 자식들 키우며 맞이하고 보냈던 이야기들,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들을 통해, 세상살이의 철(哲)과 현(賢)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잎이 지고 있다. 사람들은 잠깐 멈추어 서서 라는 말을 되뇌고는 가던 길을 간다. 운전을 하면서 흘낏 보는 사람도 있다. 나는 시간을 내어 잎 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나무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하략)
특별할 것 없는 현상 속에서, 내일도 반복될 일상 속에서, 결코 일상적이지 않은 충만한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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