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이없는 낙동강 행정"…어민들만 피해 분통

달성 고령군 '달성보 공사중 어업정지' 안알려

낙동강 달성보공사장 인근에서 민물낚시를 하는 어부가 그물을 걷어 올리니 그물안에 뻘이 가득차 있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낙동강 달성보공사장 인근에서 민물낚시를 하는 어부가 그물을 걷어 올리니 그물안에 뻘이 가득차 있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1일 오후 1시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 낙동강변. 성인 남자 3명이 부위(통발 표식)를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나 쉽사리 딸려오지 않았다. "통발에 뻘이 가득 찼을 거야. 전에는 혼자서도 쉽게 끌어 올렸는데…."

10여분 뒤 통발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통발 가득히 썩은 뻘과 쓰레기들이 차 있었다. 어부 허규묵(65)씨는 "군청에서 어업권이 정지됐다는 말을 들었으면 우리가 강가에 어구를 설치했겠느냐. 뻘이 밀려와 통발과 그물이 모두 찢겨져 못쓰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기관들이 막무가내식으로 공사를 강행, 민물어부들의 피해가 크다.

달성보 공사 주변 낙동강에는 고령군과 달성군 민물어부 15명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정부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 따른 민물어부들의 피해가 예상되자 각 지자체에 민물 어업권에 대한 잠정 중단을 명령했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자체들은 어부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아 어망, 어구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달성군청과 고령군청은 올 3월 '낙동강 어업인 피해를 우려해 달성보 공사 중에는 낙동강 내수면 어업을 정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전달받았다. 그러나 두 군청 담당 공무원은 이 같은 내용을 어민들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들은 "실수로 어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두 군청은 취재가 시작되자 어업권 중단 사실을 어부들에게 통보했다.

이와 함께 시공사들이 예고 없이 공사를 진행해 어민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달성보 시공을 맡고 있는 현대건설이 어구가 깔린 곳에 사전 통보 없이 오탁방지망(오물 처리 펜스)을 설치해 어구를 수거할 수 없게 만들었다.

12년 경력의 민물어부 전상기(57)씨는 "전날까지만 해도 500m 위에 오탁방지망을 설치하더니 하루 만에 우리 구역에 오탁방지망을 쳤다. 미리 알려주기라도 했으면 그물을 걷어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며 "오탁방지망이 38선처럼 딱 버티고 있으니 통발을 심어 놓은 곳에 넘어 갈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측은 '피해는 어부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했다. 관계자들은 "어업 장비가 훼손됐다고 하는 어부들은 엄연히 '어업권 정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우리는 발주를 받아 공사만 할 뿐 어민 피해에 대해선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낙동강 살리기 사업지원팀은 "어민이 피해를 입었다면 시공업체에 공사 안내를 미리 하도록 하고 피해보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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