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국공립미술관과 네트워크 형성" 김용대 대구시립미술관 관장

김용대 대구시립미술관 개관준비단장이 지난달 말 직제가 바뀌면서 대구시립미술관장이 됐다. 김 관장을 비롯한 시립미술관 개관준비팀은 지난달 대구시립미술관에 입주해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관의 총 인원은 35명 내외가 될 예정이며 다음달까지 우선 10명을 뽑는다.

김 관장은 지난 1월 미술관 개관준비단장 임용 이후 단 한 번도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그는 "대구 화단도 모르고 실정도 몰라 함부로 공수표를 날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6개월이 지난 지금, 대구시립미술관 운영에 대한 청사진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김 관장은 당초 연내 예정됐던 미술관 개관이 내년 5월경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열었다. "내년 8월 열리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시기를 맞춰 축제 분위기를 배가시키면 대구를 알리는 데 더 좋겠죠. 건물의 시험가동, 동선 연구 등 실질적인 준비도 필요하고요."

그는 대구시립미술관의 하드웨어는 의외로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공립미술관 가운데 가장 초현대적이라는 것이 그의 평이다. "특히 대구시립미술관의 다목적홀(가로 15m, 세로 55m, 높이 20m)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에요. 영국 테이트갤러리처럼 꾸민다면 세계적 명소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대구 시민들에게 시립미술관의 존재는 아직 낯설다. 그는 미술관의 목적에 대해 "전시와 관람객을 만나게 해주는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상업 갤러리와의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관의 '교육' 기능을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봐야 일류 요리사가 될 수 있듯이 미술도 마찬가지지요. 어릴 때부터 미술 관람 매너가 몸에 배어야 그것을 통해 더 깊은 곳에 다다를 수 있어요. 미술은 아이의 감성을 드러내는 좋은 교육 방법입니다. 아이에게 내장된 정보는 곧 그 아이의 DNA가 되죠."

실제로 그는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1960년대부터 전시회에 다녔고 그때 봤던 작품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어린 시절의 문화적 경험은 평생의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미술관의 중요한 한 축인 컬렉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높다. 하지만 현재 미술관 수장고에는 80여점이 전부다. 기증을 해주겠다는 시민들도 있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볼 만한 작품을 사들이기엔 역부족이다. 대신 그는 새로운 제안을 할 계획이다. "현재 국공립미술관이 전국 10개입니다. 이 미술관들이 네트워크를 잘 형성해 미술품을 공유하고 돌려서 감상한다면 그 가치가 더 높아지겠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술품을 빌려오는 방안도 연구 중입니다."

전국적으로 국공립미술관이 이미 9개나 있다. 그렇다면 대구시립미술관은 타 지역의 미술관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게 될까. 그 이야기를 위해서 그는 그동안 연구했던 대구의 인문학적 맥락을 꺼내든다.

"대구미술의 정체성은 '진보성'이죠. 일찍이 일본 유학을 다녀왔던 이인성, 주경, 서진달, 미학자 김용준 등의 유학파가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동양미학의 대를 잇는 예술가인 석재 서병오 등의 담론이 각기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어요." 김 관장에 따르면 이러한 대구미술의 진보성은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에서 만개했다. 당시 일본의 모노하와 거의 동시에 대구에선 자생적인 미술운동이 일어난 것.

한편 그와는 다른 한 축으로 1980년대 대구에 구상미술이 출현한다. 이런 가운데 순수 구상미술이 발달하면서 지금까지 화단을 풍성하게 만들어왔다.

그는 이런 인문학적 맥락 속에서 대구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 "대구의 구상미술이 다른 미술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싶습니다. 아마 해외를 포함한 타 지역의 작가들과 대구 작가들을 비교전시하게 되겠죠. 전시 연출은 시대적 흐름보다는 주제전으로 갈 겁니다."

하지만 지금 그 대구의 진보성은 정체돼 있다. 미술뿐 아니라 대구 경제와 사회의 정체가 미술의 정체로 이어진 것. 그런 측면에서 그는 미술관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대구 출신 화가들을 다시 대구로 불러들이고 대구의 작가들에겐 중앙 화단에 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미술관 수석큐레이터, 부산시립미술관 관장, 이화여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한 김 관장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구상대로 된다면 대구시립미술관이 결코 '지역 미술관'으로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관장으로 부임했으니 이제 대구시민이나 마찬가지죠. 미술관의 주인은 시민인 만큼 관장이 기죽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주고 친구해 주세요. 저 역시 대구를 위해 능력을 발휘하겠습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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