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과 신흥통상㈜(대표 이동수)은 'MONOTEX'라는 자체 브랜드로 고밀도 초박지 교직물과 메모리(형상기억) 원사를 이용한 차별화 제품을 개발, 다른 업체보다 높은 가격을 받고 유럽과 미국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원단 생산업체로는 국내 중소기업으로 세계에서 제일가는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신흥은 1973년 창업한 신흥직물공업이 모태다. 준비공정과 제직을 담당하는 ㈜신흥(구미 소재), 1998년 5월 공장을 완공해 염색과 가공을 하는 신흥통상㈜(서대구공단 소재), 해외무역을 담당하는 ㈜신흥의 서울사무소가 유기적인 공조체제와 역할 분담을 통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LG에 근무하다 장인(장태환 회장)이 경영하던 두 회사를 1985년부터 맡게된 이동수 대표는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에 해외사무소를 두고 오늘도 수출과 해외시장 개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메모리섬유로 세계시장 석권
이 회사는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등의 직물을 주로 생산해 왔다. 섬유쿼터제가 없어지면서 이들 원단시장을 중국에 많이 뺏기면서 신제품 개발이 절실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고밀도 초박지 교직물과 메모리 섬유다.
특히 메모리 소재를 생산하는 휴비스는 '메모리 클럽'이라고 불리는 신흥 등 10여개 업체에만 원사(실)를 제공했다. 이 메모리 원사는 열과 온도 등 외부 환경에 워낙 예민해 환경이 열악하면 불량률이 매우 높다. 신흥도 예외가 아니었다. 신제품을 개발했으나 불량의 연속이었고, 불량이 나면 제직과 염색 분야는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을 미루기만 했다.
이 대표는 "자체 염색공장을 보유하고 있었고, 제품에 결함이 생기면 제직과 염색 분야가 서로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각자 공정을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고 독려하는 등 7개월의 노력 끝에 2007년 메모리섬유를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제품 개발에 5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투자했다.
폴리에스테르 직물은 구겨지지 않고, 면은 잘 구겨지지 않는 대신 한 번 구겨지면 잘 펴지지 않는다. 그러나 메모리 섬유는 손으로 구기면 구겨지지만 손으로 문지르면 다시 펴진다. 이 때문에 주로 재킷이나 코트용으로 활용된다. 특히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과는 다른 독특한 터치로 인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이 회사의 메모리섬유는 불량률이 거의 없고 생산에 자신감이 붙자 생산성이 향상됐다.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이 밀렸고, 생산량의 98% 정도를 수출한다. 이 가운데 80% 정도는 유럽으로, 나머지는 미국과 기타 국가로 수출된다.
이 대표는 "한 대기업에서 이 섬유를 생산해 중소기업인 우리 회사 제품보다 낮은 가격에 덤핑을 했지만 결국은 높은 불량률로 인해 손을 들었다. 우리 회사는 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독보적"이라고 자랑했다. 원사를 제공했던 휴비스에서도 신흥이 아니었더라면 이 원사가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며 고마워할 정도다.
신흥은 차별화, 다양화에 나섰기 때문에 가격경쟁도 두렵지 않다. 이 메모리 섬유는 1야드당 한때 6.5달러 정도에 판매됐으나 요즘은 '짝뚱' 메모리 제품이 많이 출시되는 등의 요인으로 평균 4.5∼5.5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자체 브랜드 'MONOTEX'로 연 평균 교직물 600만야드, 메모리 섬유 400만야드 등 1천만 야드를 생산하고 있고, 지난해 3천만달러 정도를 수출했다. 올해는 3천500만달러 수출이 목표다.
◆투명경영과 신용이 성장의 토대
신흥은 투명경영을 한다. 회사의 경영 상황이나 실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등 회사의 경영정보를 전 직원들에게 공개한다.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공동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익이 나면 특별상여금 지급등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킨다.
신흥통상㈜ 최길헌 공장장은 "투명경영을 통해 회사가 날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IMF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월급과 상여금 지급을 하루도 미뤄 본 적이 없어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 직원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직원들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장과 종업원 간에도, 거래처와의 관계에서도 상호 신뢰와 신용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는 "사장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갖지 않으면 종업원들은 불안해한다"며 "서로 믿음을 갖고 각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때 회사는 영속한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바이어나 업체들과의 거래에도 신용을 갖고 한번 한 약속은 손해를 보더라도 지킬 것을 강조한다. 또 품질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강조한다. 만약 품질에 하자가 생기면 100% 반납을 받거나 보상하는 등 거래처가 원하는 대로 해 준다.
◆새로운 도전은 계속
신흥은 공격적인 해외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유럽이 주력 수출시장이어서 독일지사를 설립하는 데 이어 미국, 상해에도 차례로 지사를 설립했다.
해외 전시회에도 활발하게 참여한다. 텍스월드 파리, 뉴욕에 이어 참여하기 어렵다는 세계 소재 각축장인 프리미에르 비죵에서도 주목받는 부스로 바이어들이 대거 몰릴 정도로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신흥은 메모리섬유의 바통을 이어받을 대체 아이템 개발에 한창이다. 섬유 트렌드는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메모리섬유가 트렌드를 벗어날 때를 대비한 포석이다. 핵심개발 소재는 고밀도 초박지 직물 개발이다.
최길헌 공장장은 "현재 골프웨어 바람막이 등으로 활용하는 10데니아, 15데니아 등 초극세사 고밀도 초박지 직물과 메모리 원단 제품의 질을 더욱 향상시키고, 메모리섬유 후속제품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 공장장과 기술연구소 직원들은 22일부터 중국 상해에서 열리는 섬유기계박람회인 '이트마(ITMA) 아시아'를 참관하기 위해 출장을 간다. 이 대표는 "이트마에서 세계 섬유시장의 트렌드, 즉 의류용 섬유는 물론 산업용 섬유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우리 회사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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