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영진의 관전평] 불필요한 파울·위축된 플레이…세계의 벽 실감

세계적으로 훌륭한 팀이 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와 대등한 수준에서는 조직력이 빛을 낼 수 있지만, 역시 세계적 수준에 오르려면 개인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경기였다.

월드컵에서 보통 강팀들은 조별리그가 진행되면서 더욱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세계 축구의 벽은 역시 높았다.

해발 1,753m의 고지대에서 우리 선수들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로 구성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정신력과 체력, 기술을 발휘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경직된 모습을 드러내며 완패했다. 우리의 의도는 전반을 실점 없이 잘 막고 아르헨티나가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승부를 본다는 것이었는데 전반 너무 쉽게 2실점했다.

우리가 쉽게 실점한 것은 수비가 너무 우리 지역으로 내려와 위험지역에서 불필요한 파울을 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막기 위해 수비 지향적으로 나섰다고 해도 조금 더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상대를 압박하고 파울을 내더라도 위험지역이 아닌 곳에서 냈어야만 했다.

그러나 전반 종료 직전 이청용의 골로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 매우 다행이었고 후반을 기대할 수 있었다.

후반 경기의 흐름은 많은 변화와 함께 바뀌었다. 팀 밸런스를 미드필드지역과 상대 지역으로 끌어올려 상대를 압박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갖고 우리의 경기를 하면서 후반 30분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염기훈 선수가 완벽한 동점골 찬스를 놓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 번째 실점 이후 전체적으로 팀 밸런스와 조직력에 허점이 드러났고, 측면이 무너지면서 대량 실점했다.

이 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세 가지 교훈은 첫째 팀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이다. 둘째 경기의 주도권을 가지고 상대를 몰아붙일 때는 상대의 빠른 역습에 대비하여 수비 밸런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셋째 골 기회는 많이 오지 않는 만큼 골 결정력을 높이는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여 나이지리아전을 잘 준비해야 한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이겨야 한다는 절실함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우리의 1차 목표인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선수들이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대화를 많이 하기 바란다. 보다 적극적으로 도전정신을 갖고 나이지리아전에서 승리해 16강에 진출해야 할 것이다.

이영진·대구FC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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