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老馬之智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이 정벌전쟁에 나섰을 때였다. 전쟁은 겨울에야 끝이 났다. 혹한을 피해 지름길로 오다 그만 길을 잃었다. 관중이 말했다. '이럴 땐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고 전군이 그 뒤를 따랐더니 얼마 안 가 큰길이 나타났다. 나중 한비자는 관중의 일화를 전하며 '지혜로운 관중은 하찮은 말에게서도 배웠다. 그러나 지금 어리석은 사람들은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세태를 꼬집었다.

노마지지(老馬之智)는 경험에서 나온 지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고사성어다. 산업화 이전 노인들은 분명 젊은이보다 지혜로운 세대였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몰랐지만 노인들의 예측과 처방은 틀림이 없었다. 오랜 경험을 스승으로 삼은 노인들의 훈수는 공동생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혜였다. 그러나 어느샌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젊은이 못잖은 건강에다 왕성한 활동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은 빠르게 달려가는 유행과 문화에 뒤처지기 일쑤다.

젊고 늙음의 차이는 갈등도 빚는다. 젊은이의 눈에는 노년들이 구태의연하고 고리타분하게 보인다. 진취적 생각 대신 옛것만 고집하는, 그야말로 낙오병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노인들은 젊음의 경솔함이 조마조마하다.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지만 노인들은 자신들을 밀어내는 세월이 무섭다.

한나라당에 세대교체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젊고 활력 있는 정당을 언급한 후 세대교체가 화두가 됐다.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이들은 당의 노쇠한 정치문화 탓에 국민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발도 적잖다. 국정 쇄신을 세대교체로 덮어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당대표나 총리가 늙었다고 표를 안 준 것이 아니라는 말도 나오고 특정인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

고려장이 행해지던 때의 이야기다. 젊은 아버지가 어린 아들과 함께 늙은 아비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어린 아들이 지게를 가져오는 것을 본 아버지가 이유를 물었다. '나중에 아버지도 나이가 차면 이 지게에 지고 와서 버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어린 아들의 대답이었다. 늙음은 잘못이 아니다.

서영관 논설실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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