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음 경기 이기면 되잖아" 다시 힘내는 붉은 함성

한국-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밤 대구 북구 복현오거리 막창골목에 모인 시민들이 만회골이 터지기를 바라며 두손을 모은 채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한국-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밤 대구 북구 복현오거리 막창골목에 모인 시민들이 만회골이 터지기를 바라며 두손을 모은 채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6강 꿈은 살아 있고 응원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패배했지만 거리응원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이날 대구스타디움, 두류공원, 대구시민운동장, 동구 율하체육공원 등 4곳에서 12번째 태극전사로 뛴 10만명의 대구 거리응원단은 아르헨티나전 완패에 허탈해 하면서도 "나이지리아전에서 이기면 된다"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염원했다.

이날 시민들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거리응원을 즐겼다. 거리응원에 참여한 시민들은 오후 8시 30분 경기직전에 애국가를 부르며 태극전사와 하나가 됐다. 주심의 시작 휘슬이 울리자 거리응원에 나선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20분이 채 되지 않아 리오넬 메시의 프리킥이 박주영 선수의 몸에 맞아 실점을 하는 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아쉬움도 잠시였다. 여기저기서 "만회하면 되니 괜찮다"는 목소리가 터졌다. 응원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두번째 실점을 하자 또 다시 정적이 흘렀지만 이번에도 10초를 넘기지 않았다. 응원하는 곳이 어디였던간에 지고 있는 팀의 응원단 같지 않았다. 전반 끝 무렵 이청용 선수의 만회골이 터지자 거리응원단의 흥분은 정점에 달했다. 시민들은 주위 사람들과 얼싸안았고 이어 '대~한민국'을 외치는 소리가 넘실됐다.

우리 선수들이 전반전을 1대2로 끝내자 시민들은 "분위기가 우리에게 넘어왔다"며 흥분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한국팀의 파상공세가 이어지자 시민들은 엉덩이를 땅에 붙이지 못했다. 모두가 일어나 한국팀의 플레이에 눈을 고정시켰다.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 있던 주해정(31·여)씨는 "한국 선수가 공을 잡으면 가슴이 떨려 응원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후반 중반 염기훈 선수가 결정적인 찬스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데 이어 아르헨티나의 이과인 선수에게 실점하자 응원단은 풀죽은 기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은 끝까지 대표팀을 응원했다. 1대4로 경기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아쉽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라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대구스타디움에서 응원을 한 최원석(48)씨는 "아르헨티나가 실력도 있지만 운이 좋았다.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은 없다"며 "마지막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3시 30분에 열리는 거리 응원에서도 태극전사를 응원하겠다는 시민들은 "앞선 두 경기보다 더 강한 뜨거운 응원이 필요하다. 나이지리아전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며 "새벽이든 밤이든 열심히 뛰는 한국팀을 응원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