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돌부처 이창호 "10월에 장가갑니다"

바둑기자 근무 이도윤씨와 화촉

한국바둑계의 보물 '돌부처' 이창호(35) 9단이 오는 10월 28일 화촉을 밝힌다. 상대는 바둑 전문 사이트인 사이버오로에서 바둑기자로 근무했던 이도윤(24)씨. 두 사람은 2008년 5월 기자와 취재원으로 첫 만남을 가졌고 이 해 추석 무렵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했다.

이창호 9단이 각종 국내외 기전에서 빼어난 성적을 올리면서 이도윤씨가 취재할 일이 많아졌고 처음의 호감이 조금씩 사랑으로 발전한 끝에 결혼까지 골인하게 됐다. 이창호 9단은 14일 (재)한국기원 기전팀 일정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10월 28일 무렵의 일정을 문의했고 일정이 빈 것을 확인하면서 결혼 계획을 처음 밝혔다. 이 9단은 "아직 예식장 등 제반사항을 알아봐야 하기 때문에 꼭 10월 28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능한 그 때쯤에 맞춰 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호 9단과 결혼하는 이도윤씨는 한국기원 연구생 1조 출신으로 2009년 명지대 바둑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바둑전문사이트인 사이버오로에 2008년 5월 입사한 이도윤씨는 올 2월 퇴사한 후 현재 신부 수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5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이창호 9단은 1984년 조훈현 9단 문하에 입문했고 1986년 입단해 1996년 입신(入神)에 올랐다. 1989년 13세 때 제8기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하며 최연소 타이틀을 획득한 이창호 9단은 1992년 만 16세의 나이로 제3회 동양증권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최연소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까지 통산 140회 우승을 거머쥔 이창호 9단은 현재 명인, 국수, KBS바둑왕 등 국내기전 3관왕이며 입단 후 1천515승 472패(6월 14일 현재), 승률 76.25%를 기록 중이다.

한편 15일 열린 결혼발표 기자회견에는 이창호 9단과 예비신부 이도윤씨를 비롯해 방송국과 일간지 기자 등 30여 명이 몰려 질문공세를 펼쳤다. 다음은 기자회견 1문 1답 내용.

-결혼 소감은?

(이창호) 나이가 들어서 생각보다 늦게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좋은 배필을 만나 기쁘다. 지금까지 잘 했지만 결혼 후에도 서로 노력해서 잘 살도록 하겠다.

(이도윤) 너무 긴장되고 떨려 무슨 기분인지 잘 모르겠다. 결혼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 설렘과 동시에 기뻤다. 예쁘게 잘 살겠다.

-프로포즈는 언제 어디서 받았나?

(이도윤) 구체적으로 프로포즈 받은 기억은 없다. 그러나 이것이 이국수님의 스타일이라고 본다.

-결혼은 양가 부모님이 만나서 정한 것인지?

(이창호) 생각보다 빨리 정해졌다. 그렇지 않으면 해를 넘길 것 같은 공감대가 형성돼 급하게 날짜를 받았다. 그래서 신혼여행지나 신혼살림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것은 아직 미정이다. 바둑으로 치자면 일단 일을 저질러 놓고 수습하는 격이라고나 할까.

-언제 이도윤씨와 결혼할 생각을 했나?

(이창호) 작년부터 좋은 마음을 가졌고 올해 3월쯤 결혼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이창호 9단을 위해 일본어도 배우고 장롱면허를 꺼내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아는데 이게 다 이 9단 내조를 위한 것인가?

(이도윤) 가끔씩 이 국수님 차의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 일본어는 흥미가 있어서 시작한 것이지만 이국수님이 일본에 가게 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11살 나이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려고 생각하나?

(이창호) 나이 차이는 느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어른스러운 면도 있고 나이 많은 내가 더 어린 면도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적절히 섞여 있어 나이 차이는 느끼게 되지 않는다.

-데이트는 어디서 무엇을 주로 했나?

(이도윤) 한 군데 지정을 해서 꾸준히 간 곳은 없다. 주로 맛있는 걸 먹으러 많이 다닌 것 같고 집 근처 대모산에 같이 산책하면서 대화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서로 바둑 두어 본 적이 있는지?

(이창호) 재미로 1, 2번 두어 본 적은 있지만 조금 두다가 쓸어 담았던 것 같다.

(이도윤) 아무리 치수를 많이 놓아도 집중이 되지 않아 안 될 것 같다.

-2세 계획은 세웠나. 몇 명 정도 낳고 바둑은 가르칠 예정인지?

(이창호) 바둑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1, 2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도윤) 외동딸이라 외롭게 컸다. 형제가 많으면 좋을 것 같다. 2, 3명 정도 생각하고 있다.

-첫 키스는 언제 했나?

(이창호)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것 같은데 아마 제 차 안에서 한 것 같다.

(이도윤-단호하게) 아니다. 저희 집 앞 벤치다. 차 안에서는 누구랑 했는지 궁금하다.

(이창호-당황하면서) 차 안의 일은 그 이후였던 것 같다.

-서로간에 부르는 애칭이 있나?

(이도윤)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물고기 '포뇨'와 느낌이 비슷해 '포뇨'라고 부른다.

(이창호) 아주 가끔 '강아지'라고 부른다.

-결혼식과 신접살림은 어디서 할 예정인가?

(이창호) 결혼식은 친지와 가족만 모여서 단출하게 올리기로 양가가 합의했다. 고마운 분들이 많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버지도 몸이 안 좋으시고 제 성격상 많은 분들이 모이는 자리가 힘들 것 같다. 지인들을 부르게 되면 누구는 부르고 누구는 부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도 있고 아무튼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신혼집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몇 개월 본가에 들어갔다가 분가할지, 아니면 바로 나가서 살지 미정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일원동 근처가 맘에 들어 따로 살더라도 그 부근으로 알아볼 작정이다.

-이도윤씨가 해 준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있나. 그 중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무엇인가?

(이창호) 스파게티와 미역국이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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