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두산 마그마, 천지 밑 2㎞ 안으로 접근"

기상청 세미나 2014∼2015년 가능성…"국차원 대책 세워야"

백두산 재폭발이 임박했다는 연구 보고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기상청 주최로 열린 '백두산 화산 위기와 대응'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2014~2015년 사이 백두산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백두산 폭발에 대해서는 한·중·일 3개국은 물론 러시아 전문가들도 대폭발을 예견하고 있어 세미나에서도 국가적 대비를 촉구했다. 피해 규모도 최근 일어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피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중국 화산학자들의 의견 등을 종합한 뒤 "백두산 폭발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건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며 "백두산 폭발에 따른 피해는 최근 폭발한 아이슬란드 화산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교수는 "정확한 시기를 단언할 수 없지만 가까운 장래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주요 근거로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2002년 6월 규모 7.3의 지진이 일어났으며 백두산 인근에서 지진이 10배로 늘어난 점, 백두산 천지의 지형이 조금씩 솟아오르는 사실이 위성 촬영으로 확인된 점, 백두산 천지와 인근 숲에서 화산 가스인 헬륨 농도가 짙어지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또 지진파형 분석 결과 백두산 지하 약 10, 20, 27, 32㎞에 액체 상태의 마그마가 네겹으로 분포했으며 위치가 천지 바로 아래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현재 천지와 가장 가까운 마그마는 2㎞ 안까지 접근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폭발의 징조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백두산 주변에서 일어난 지진은 2002년 6월 이후 매월 100차례를 넘는 등 지진 발생이 대폭 늘었지만 2007년 이후로는 다시 소강 상태로 들어가 긴장이 잠시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올 2월 러시아와 중국, 북한 경계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의 강진으로 백두산 화산 활동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무엇보다 지진의 진앙지가 천지 주변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어 이런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제는 백두산 폭발 규모가 올 초 항공대란을 불러왔던 아이슬란드 화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천지에 담긴 20억t의 물이 마그마와 반응하면 폭발적인 분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과 끓는 기름이 만나면 기름이 격렬하게 끓는 것과 같은 이치로 영향력은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5℃의 물이 1천℃의 마그마와 만나면 급속히 냉각되면서 화산재로 바뀐다"며 "수증기와 화산재가 만나 거대한 화산재 기둥을 만들어내 큰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에 따라 기상청도 국가 차원의 대비 태세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기상청은 18일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경우 우리나라가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화산재가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올 모든 경우를 감안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응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중국지진국과 관측 자료를 교류하고 있는 기상청은 또 "10년 전부터 백두산에 화산관측소를 설치해 자료를 모으고 있는 중국 측으로부터 일부 관측 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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