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화양읍 화양읍성 주차장 맞은편 한옥 사이로 아기자기한 식물원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목책 안 정원에는 정자와 연못, 의자, 꽃말풀이 안내판이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고 온실에는 원추리, 구절초, 금낭화 등 어림잡아 400여종의 국내외 야생화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개인 식물원 규모로는 매우 큰 6천㎡에 달하는 이곳은 청도자생식물원. 방문객들은 야생화 향기에 취했다가 문득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해한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맞는 이태호(56·청도 화양읍 동천리) 대표는 "구경하고 싶은 분은 언제든 환영한다"며 기꺼이 자리를 내준다.
이 대표는 4년째 식물원 조성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온 정성을 들이고 있다. 25년간 해온 축산업을 접고 우사 팔고 소 판 돈을 식물원에 쏟아부었다. 목수 일을 배우기 위해 청도 한옥학교도 다녔고, 중고 굴삭기를 구입해 혼자 연습한 후에 정원석 돌을 쌓았다고 한다.
전문 설계도 없이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직접 설계·시공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곳 식물원을 보고 가면 일반인이 전문가 도움없이 작은 정원 정도는 혼자 꾸밀 수 있는 지혜를 배워갈 수 있도록 정원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물원은 금방 수입이 나는 게 아니어서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젊은 시절부터 식물원을 가꾸는 게 꿈이었다. 경북대 원예학과(73학번)를 나온 그는 축산을 업으로 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과감하게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했다. "꽃이 좋아서 하는 일이고, 결과보다 과정이 좋으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들을 즐기면서 세월 가는 줄 모른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식물원이 앞으로 2, 3년 정도 더 공을 들여야 제법 짜임새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식물원 옆에 한옥 2동을 짓고, 1동은 커피와 전통차가 있는 찻집으로 문을 열 계획이다. 이 대표는 19일 동네 주민과 초청 인사를 불러 식물원 개원 기념 음악회와 잔치를 갖는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