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EBS 세계의 명화 '번' 19일 오후 11시

영국 출신의 윌리엄 워커(말론 브란도)는 포르투갈 식민지인 서인도제도의 퀘이마다섬으로 가게 된다. 퀘이마다는 '불타다'(Burn)라는 뜻. 사탕수수 무역권을 쟁취하기 위한 반란을 주동할 목적으로 보내진 것.

하지만 배를 타고 가면서 듣게 되는 섬에 대한 설명은 우울하다. 사탕수수 재배를 주로 하는 섬에 백인들은 5천여명 정도밖에 거주하고 있지 않지만 그들은 권력을 거머쥐고 섬 인구의 대부분인 흑인 노예들을 마음껏 부리고 있다. 퀘이마다섬에서는 비인간적인 노예 착취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커는 섬에 도착하자 돈을 달라고 들러붙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 섬의 권력자들에게 반항한 한 흑인의 처형 장면을 목격한다. 목이 졸려 죽고, 머리까지 잘린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워커는 죽은 사람의 아내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네 보지만 아내는 아무 말이 없다.

워커는 자신의 가방을 훔쳐간 것을 계기로 알게 된 반항적인 노예 호세 돌로레스를 만나고, 그를 충동질해 폭동을 일으키게 한다. 사람들에게 소총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폭동의 이유를 설명, 결국 폭동은 성공한다. 하지만 사탕수수 재배와 판매 유통 경로를 전혀 모르는 노예들은 오히려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임시정부의 새 대표 테디 산체스가 권력을 잡지만 새 정부도 이전 정부와 다를 바 없다. 지배자가 포르투갈에서 영국으로 바뀐 것뿐이다.

그렇게 사탕수수 재배권은 영국으로 넘어가게 되고, 그로부터 10년 뒤 영국 설탕회사는 새로운 착취에 항거하는 반란군 지도자 호세를 잡아달라며 다시 워커를 고용한다. 비로소 호세는 워커가 자신의 편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호세는 붙잡히고 말지만 워커의 얼굴에 침을 뱉고, 다른 섬으로 탈출시켜주겠다는 제안도 뿌리친 채 당당한 모습으로 교수대에 선다.

'번'은 19세기에 극심했던 자유무역을 빙자한 식민주의, 인종차별 등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 다국적기업들이 가난한 제3세계 국가들을 착취하고 있는 현재의 정세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영화의 압권은 말론 브란도의 이중적인 연기다. 말론 브란도는 '번'이후 '대부'(1972)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1969년 작, 방송 길이 112분.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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