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응원, 꼭 거리서만?…2010대회 뜨는 새 명소들

커피숍, 시원·편안 '조용한 열광'…3D영화관, 고화질 '현장감 생

알코올이 부담스럽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혼자 월드컵을 즐기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응원장소로 뜨는 커피전문점(위쪽)과 넓은 스크린에 펼쳐지는 고화질 3D 입체영상과 생생한 사운드로 무장한 영화관은 이번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응원장고다.
알코올이 부담스럽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혼자 월드컵을 즐기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응원장소로 뜨는 커피전문점(위쪽)과 넓은 스크린에 펼쳐지는 고화질 3D 입체영상과 생생한 사운드로 무장한 영화관은 이번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응원장고다.

밤이 긴 요즘이다. 잠을 설치게 하는 월드컵 때문.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응원 키워드는 예전 월드컵때와 조금 다른 느낌이다. 2002년과 2006년이 '무조건 모여라'였다면, 이번에는 '각자 좋아하는 방식으로 응원하라'인 것 같다. 응원장소도 '광장 응원' 일색이던 데서 다양해졌다. 커피숍, 영화관, 호텔·모텔, 캠프장, 편의점….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맞는 응원장소가 뜨고 있다.

◆여성을 노리는 커피숍

대학생 이수련(21·여)씨는 우리나라 대표팀의 첫 경기가 열린 12일 경북대 북문에 위치한 커피전문점을 찾았다. 다른 친구들이 대구백화점이나 시민운동장에 가서 응원하자고 했지만 죄다 뿌리쳤다. "광장은 화장실이 불편하잖아요. 술집은 알코올이 부담스럽고요. 전 커피를 좋아하는데다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조용히 커피나 마시며 축구를 즐기고 싶었지요."

김씨가 찾은 커피전문점은 마침 월드컵 이벤트를 열고 있었다. 한국팀이 승리하면 커피와 과자가 공짜, 하프타임에는 스코어 맞추기 이벤트를 열어 즉석 경품을 나눠준다. 이곳 'coffee 9' 업주 김경덕(38)씨는 "조용한 분위기의 커피숍에서 시끄러운 축구경기를 틀려니 부담은 됐지만 여성 축구팬도 많을 거라 생각했다"며 "실제 TV 앞에 모여 응원하는 손님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책을 읽는 손님이 서로를 불편해하지 않았다. 축구 경기도 조용하게 응원하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월드컵 이벤트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커피숍에서 월드컵 응원이라니?' 이런 의문도 들었지만 의외로 커피 매장은 사람들로 꽉 찼다. 주로 혼자 커피잔을 기울이는 여성들이 많았다. 여대생 양은주(22)씨는 "일단 시끄럽지 않고 술 마실 필요 없고, 혼자 앉아 있어도 쳐다보는 사람도 없어 혼자서 축구 경기를 즐기기엔 최적의 공간인 것 같다"고 했다.

조용하다고 해서 응원 열기가 뜨겁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가 골을 넣거나 위기 상황이 닥치면 환호와 안도의 함성이 교차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한 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금세 친구가 됐다. 최수호(25)씨는 "사실 도심 거리 응원장으로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던 차에 가까운 곳에서 월드컵 중계를 한다기에 친구와 커피전문점에 들어왔다"며 "분위기가 조금 달랐지만 이색적 응원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다음 경기 때도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3D로 눈길 끄는 영화관

17일 오후 8시 롯데시네마. 영화관이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했다. 빨간색 티셔츠를 차려입은 사람들의 물결. 그들은 하나같이 손에 붉은악마뿔, 호루라기, 응원술, 막대풍선, 야광삼지창 등을 들고 있었다. 평소엔 영화관에 들고 들어올 수 없는 물품들이다. 하지만 이날만은 허용됐다. 스크린에 영화 대신 월드컵 축구경기가 상영됐기 때문이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축구경기가 임박하면서 영화관은 응원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이날은 3D 입체영상으로 축구경기를 중계했기에 모두 3D 안경을 착용했다. 영화관에서 월드컵 응원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회사원 윤종명(33)씨는 "일단 시원하고, 편하게 시청할 수 있으며, 화질이 선명하고 스크린이 커서 실감나고 좋다"며 "앞으로는 축구, 야구 등 스포츠 응원 전용관이 새로 생겨도 장사가 잘될 것 같다"고 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김정후(29)씨는 "3D 중계에다 큰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시청하니 꼭 남아공 축구장에 와 있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얘기처럼 넓은 스크린에 펼쳐지는 고화질 3D 입체영상과 생생한 사운드로 무장한 영화관은 더욱 특별했다. 앞으로는 월드컵 응원의 성지(聖地)가 '광장'에서 '영화관'으로 옮겨질 듯 싶었다. 롯데시네마 대구점 김정민 매니저는 "3D 입체영상으로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라며, "우리나라의 마지막 조별경기인 나이지리아전도 경기를 상영할 계획인데,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 상영관을 더 확대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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