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라는 이름은 '막 거른 술'이라는 데서 유래됐듯이 돈 없고 배경 없는 서민들이 주로 마시는 술로 알려져 왔다. 탁주(濁酒'맑지 않고 탁하다는 뜻), 농주(農酒'식량 대용 또는 갈증 해소로 농부들이 애용한다는 뜻), 박주(薄酒'텁텁한 맛이 나며 고급주는 아니라는 뜻), 회주(灰酒'발효가 잘못되어 시어진 맛을 나뭇재나 풀재를 술독에 넣어 중화시킨 술이라는 뜻)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촌놈들이나 마시는 술로 취급받던 막걸리가 최근 들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 막걸리 시장 규모는 2008년 3천억 원, 2009년 4천200억 원대에서 2012년이면 1조 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막걸리 한 병에는 요구르트 500병 이상의 유산균이 함유돼 있고 남성에게 특히 좋은 비타민 B군이 다량 들어 있다. 암세포 성장 억제 효과는 물론 트립토판과 메티오닌이라는 필수 아미노산도 다량 함유돼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막걸리는 현 정권 출범 이후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각종 행사 때 많이 애용하면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가세하면서 소비는 급물살을 탔다. 대표적인 지역이 포항. 박승호 시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아예 막걸리만 마시겠다고 선언을 해버렸다. 조찬 모임에서도 막걸리에 생계란을 풀어 식사를 대신할 정도다.
이런 포항에서 주목할 만한 막걸리가 탄생했다. '영일만 친구'로 명명된 이 술은 포항 쌀에다 우뭇가사리를 작은 입자로 분쇄해 만든 고급 막걸리. 칼로리가 거의 없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는 우뭇가사리는 장에 들어가면 콜레스테롤이나 당이 흡수되지 못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포항 지역 쌀 소비 촉진을 위해서 포항시의 요청을 받은 포스텍(포항공대)과 포항테크노파크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그 전까지 시중에선 막걸리를 빚을 때 대체로 비싼 국내산 쌀 대신 싼 수입 쌀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막걸리를 마셔도 국내산 쌀 소비 운동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게 사실. 포항시는 지역 쌀을 쓰면 수입 쌀 사용 때와 비교해 차액을 보전해 주는 정책을 쓴다.
영일만 친구는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쌀 소비를 늘려 농업을 보호하겠다는 지자체의 의지와 포항 막걸리를 세계적인 술로 만들겠다는 기술진들의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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