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출신, 한나라 대권 잠룡 '기지개'

박근혜, 부산 친박계 초선 의원과 만찬…'강재섭 총리론' 거론

지방선거 이후 대권 잠룡(潛龍)들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대권 잠룡에는 대구경북 출신이 많아 이들의 행보에 지역민의 관심이 적잖다.

대권 후보 상수(常數)인 박근혜 전 대표는 정중동(靜中動)이다. 한나라당이 패배한 지방선거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고, 자신이 지원한 달성군수 선거에서 져 다소 상처를 입었다. 이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까지 제기된다. 과연 그에게 직언을 하는 측근이나 대선 드림팀이 있기는 한지 의문이란 반응도 많다. 떠나는 사람 잡지 않고, 다가오는 사람 마다하지 않는 지금의 용병술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측근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겉보기론 큰 동요가 없다. 호흡이 길다. 남들은 고집이라고 곱지 않게 보기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17일 부산 지역 친박계 초선 의원들과 가진 만찬이 그것이다. 다른 의원들과 접촉면도 넓혀갈 듯하다.

당권 도전은 하지 않기로 했다. 만찬에서 그는 "당 대표를 맡아 정책에 대해 바른 소리를 하면 또다시 친이-친박 갈등으로 비칠 것이다. 이러면 내가 대표가 된들 대통령에게 불편만 주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도록 규정한 당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당청 관계가 바르게 재정립될 것이 약속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표가 돼도 할 역할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한다. 어찌 보면 이 대통령을 배려하는 듯하고 어찌 보면 여전히 각을 세우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도 17일 제 목소리를 냈다. 친강재섭 의원모임인 재단법인 '동행'의 창립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청와대 구중궁궐 안에 있으면 민심을 잘 모르고 정당 사람들도 민심을 아는 것 같아도 저 같은 실업자보다 모른다"며 "국민은 지금 정부가 일은 잘한다고 인정하지만, 이상하게 짜증나고 피곤하고 얄밉다고 한다"며 "그게 민심"이라고 한마디했다. 그는 "대통령, 한나라당이 하는 일은 다 맞는데 이상하게 국민은 열받는다고 하고 표를 안 찍어준다"며 "하지만 우리가 '지방선거 결과가 시원치 않아 열 받는다. 국민이 우리가 한 일을 알고나 있나'라고 생각한다면 진짜 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재섭 총리론'도 이 자리에서 거론됐다. 안상수 전 원내대표는 "정권 교체 이후 강 전 대표가 총리를 맡아 큰 일을 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런 때가 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대표 경선에 도전했다. '50대 기수론'을 내건 홍 전 대표는 "인위적 세대교체는 세대 갈등을 유발하고 조장한다. 지금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대통합을 할 수 있는 소통형 지도자가 필요하다" 며 젊은 한나라당을 주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다소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당을 뿌리부터 바꿀 기회가 왔다. 당 체질을 개선, 선동과 분열 세력에 정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며 정권 재창출을 전당대회 출마 명분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어 "차기 대표는 19대 총선 공천권과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며 "내가 대표가 되면 관리형이 아니라 실세형이 되고, 당청 관계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야당 천지인 도의회와 상대하며 대권 수업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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