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편하게 와서 명상과 기도하다 가세요"

'현대적 사찰' 팔공산 묘향사

묘향사 대웅전과 컴퓨터하는 부처.
묘향사 대웅전과 컴퓨터하는 부처.

스님을 만나러 팔공산에 올랐다. 대구은행 연수원을 지나 기성전원마을 뒤편에 다다르니 '묘향사'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차를 세우고 가파른 절 초입길을 오르니 산 중턱이 열리기 시작했다. 분명 출입문에 '명상'기도도량 묘향사'라고 쓰여 있었지만 사찰의 모습을 한 건물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조금 있을까 스님 한 분과 맞닥트렸다. 따라오라고 했다. '잘생긴 건물' 앞에 섰다. '대웅전'이었다. 놀랐다. 도심의 예술미를 가득 품은 건물이 깊은 산 속에 턱하니 있으니 말이다. 대웅전으로 들어가자마자 또 다시 놀랐다. 단청이 없다는 사실보다 벽에 그려진 222점의 후불탱화 때문이었다. 주지인 혜민스님은 '21세기형 불화'라고 했다. 탱화를 자세히 보니 금방 이해가 됐다.

기타치고 요리하는 부처, 컴퓨터와 휴대 전화를 하거나 밀짚을 쓴 부처와 보살, 기도하는 테레사 수녀와 달라이 라마,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선재동자….

전통 사찰의 후불탱화는 영산회상도가 대다수다.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제자들에게 법화경을 설법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묘향사 불화는 파격이다. 인종과 직업, 종교를 초월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 벽화다. 만물(萬物)에 불성(佛性)이 있다는 것을 형상화한 셈이다.

후불탱화는 대충 그린게 아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수상 작가인 한국화가 문봉선(홍익대 교수)씨가 그렸다. 4년 전 묘향사를 창건한 혜민 스님은 현대 사찰을 꿈꿨다. 절이 가진 거품을 빼고 싶어 대웅전과 후불탱화를 현대에 맞게 간소화했다. 스님은 "종교는 있는 듯 없는 듯해야 한다. 필요 이상의 행사와 법회를 만들어 불자들에게 포교와 보시를 하는 사찰을 보면 안타깝다"며 "불교에서 깨달으라고 하지만 너무 깨달으라고 하니까 사부대중이 싫증을 내기도 한다"고 했다.

스님은 묘향사는 '명상'기도 도량'이라고 했다. 묘향사는 절을 찾는 이들에게 막연히 깨달으라고 하지 않는다. 편안하게 와 편안하게 머물고, 그리고 산을 내려갈 뿐이다. 묘향사는 신도회가 없다. 법회도 4번의 정기 법회뿐이다. 매주 휴일, 스님과 절을 찾는 이들이 명상과 기도를 통해 만나려 한다.

스님은 어린이, 청소년, 임산부 등 현대인들에게 명상과 기도를 전하고 있다.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청소년 명상캠프'와 9월의 '불교와 명상 아카데미(054-975-7428)'가 바로 그것. 불교와 명상 아카데미는 직장인,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9월 5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1주 과정의 명상'기도 프로그램이다.

"두려움과 분노, 남 탓하기에서 벗어나 행복과 성공의 삶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도 치유하고, 스스로 부정적인 부분을 알아내 긍정적인 삶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종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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