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네
와 오노?
누가 불렀나?
부른 사람 없는데
꽃망울에 눈물 맺혔네
새가 우네
와 우노?
누가 그를 슬프게 했나?
나는 모르겠는데
새가 자꾸 우네
밤이 깊네
와 깊노?
누가 꾸민 수작인가?
그럴 수도 있지
밤이 돌아보지 않고 깊어지네
비가 왜 오는지, 새가 왜 우는지, 밤이 왜 홀로 깊어 가는지, 이 모두를, 대책 없는 이 경상도 사내는 기실 묻고 있는 게 아니다. 와 오노?, 누가 불렀나? 라던가, 와 우노? 누가 그를 슬프게 했나? 라고 거듭 이어지는 질문은 바로 자신을 향해 되뇌는 독백 같은 것이어서 독자는 저도 모르게 그 무상한 쓸쓸함에 서늘히 젖어들게 된다.
얼핏 동시처럼 단순한 운율과 간결한 정서를 보여주는 시편이지만, 오히려 이 단순성으로 인해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닷새 왔으면조치"라고 노래한 김소월의 깊디깊은 정한(情恨) 어린 정서와 닿아있다. 이러한 정한과 무상함이란, 생활의 궁벽(窮僻)과 결핍(缺乏)이라는 삶의 차가운 강물에 온몸 담가보지 않고서는 쉽게 이를 수 있는 경지가 결코 아니다. 시인은 생활의 궁핍과 외로움과 쓸쓸함을 담보로 이토록 써늘히 깊고 아름다운 시편을 세상에 선보인다. 애틋하지만, 시인의 운명이기도 한 것임에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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