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붉은악마' 남아공 여행기…아르헨 함성에 붉게 젖은 눈시울

1차전 승리 후 떠나는 해외 원정 응원. 마음은 편했지만 남아공 요하네스버그까지 도착하는 데는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대구에서 출발, 비행시간과 대기시간을 포함해 26시간이 걸렸다. 인천공항을 떠나 3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홍콩. 6시간의 대기시간을 꼬박 공항 내에서 보내야 했던 우리 원정대는 먼저 공항TV부터 찾았다. 그러나 홍콩은 월드컵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공항 곳곳의 TV는 CNN 일색이었고, 원정대는 한참을 수색(?)한 끝에 조그만 스포츠바를 찾았고, 비로소 그곳에서 월드컵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골이 터지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들이 뉴질랜드에서 온 것을 알게 됐고, 우리는 한데 어울려 양 국가의 선전을 기원하며 남아공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3시간 후 도착한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선 작은 통과의례를 치러야 했다. 짐을 찾아 나가려는 순간 공항보안요원이 개를 끌고 오더니 가방을 열라고 했다. 개가 가방 안에 든 고추장 냄새를 맡아 그런 줄 알았으나 보안요원의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보안요원은 가방 안에 든 육포가 반입 금지 품목이라며 가져갔다.

처음으로 접한 아프리카의 공기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더위의 나라, 하지만 입에선 입김이 나왔고, 비로소 열대의 나라 아프리카에도 겨울은 엄연히 존재함을 느껴야 했다.

초원이 펼쳐진 요하네스버그는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현지 가이드는 화장실 갈 땐 4인 이상, 호텔 밖 나들이 금지, 흑인 조심 등 주의사항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 원정대는 현지시간 오전 8시 숙소 앞에 집결해 경기시간(오후 1시 30분)보다 3시간 30분 이른 시간에 경기장 주변에 도착했다. 차량 진입 제한으로 1㎞를 걸어야 했던 원정대는 경기장 밖에서 이미 도착한 아르헨티나 응원단을 만났고, 자국의 승리를 자신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교민들도 경기장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좌석 배치 때문에 함께할 수 없는 아쉬움과 한바탕 응원에 앞서 흥을 돋울 겸 경기장 밖에서 "코리아"를 외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좌석 가득한 아르헨티나 팬들. 비록 수는 적지만 일당백, 붉은악마의 열정적 응원을 사커시티 스타디움에 가득 채우기 위해 태극기, 선수걸대 등을 내걸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부부젤라 소리에 휩싸여 우리의 응원구호가 관중석 곳곳에 전해지진 않았지만, 신명난 응원 율동과 열정적 표정에 고개를 돌렸던 남아공 관중들도 대한민국의 선전을 응원하며 화답했다.

경기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를 신호로 응원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른 시간에 내준 선제골에 탄식을 내뱉었고, 만회골에 환호를 했지만 결국은 1대 4 패배. 나의 눈엔 눈물이 흘렀고, 붉은 악마의 눈시울은 빨갛게 젖어 버렸다. 경기에 진 선수들에 대한 질책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힘이 되지 못한 미안함이 컸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 주는 사이, 패배는 잊혀지고 희망 바이러스가 주위를 감쌌다.

"16강 반드시 이룰 거야, 그래 남은 길엔 승리뿐이다." 나이지리아전이 열리는 23일은 나를 비롯한 붉은악마가 승리의 눈물을 흘리는 날이 될 것이다.

김영아·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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