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를 제물 삼아 지독한 월드컵 불운을 떨친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간판 골잡이 박주영이 23일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의 꿈을 실현하는 선봉장으로 나선다. 박주영은 그리스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도 무득점에 그치고,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자책골로 선제골을 헌납한 불운을 나이지리아전에서 시원한 득점포로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박주영은 지금까지 나이지리아에 강한 면모를 보여 나이지리아 격파의 선봉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박주영은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 나이지리아와의 2차전에서 2대1 역전승의 발판이 되는 동점골을 사냥했다. 당시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까지 0대1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지만 박주영의 동점골이 기적적인 역전승의 디딤돌이 됐다. 박주영은 후반 종료 1분 전 백지훈이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그림 같은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나이지리아 골망을 흔들었다. 동점을 만든 한국은 거세게 몰아붙인 끝에 후반 추가 시간 백지훈의 역전골까지 터지면서 2대1로 이겼다. 당시 박주영은 왼쪽 팔꿈치가 빠지는 악재에도 응급처치를 받고 뛰는 '부상 투혼'을 발휘해 귀중한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허정무 감독은 4-4-2 전형으로 나이지리아의 골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박주영은 4-2-3-1 전형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서 최일선에서 고립됐던 아르헨티나전과 달리 4-4-2 전형에선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어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박주영과 함께 나설 공격수로는 염기훈이 낙점됐다. 허 감독은 염기훈과 이동국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지만 전담 키커로 활약하는 염기훈을 최종 낙점했다. 박주영과 염기훈은 세트 피스 상황에서 전담 키커를 맡으라는 특명을 받았다. 왼쪽 아크 또는 정면 프리킥 상황에서는 박주영이, 오른쪽 아크 프리킥은 '왼발 달인' 염기훈이 맡아 나이지리아 골문을 노린다.
좌우 날개는 박지성과 이청용이 펴고 김정우-기성용이 중앙 미드필더 듀오로 호흡을 맞춘다.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이영표-이정수-조용형-차두리가 늘어선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무너졌던 오른쪽 풀백 자리에 오범석 대신 차두리가 들어서는 게 다르다. 골문은 정성룡이 세 경기 연속으로 지킨다.
이에 맞서는 나이지리아는 최전방에 야쿠부 아이예그베니를 주축으로 한국의 골문을 노린다. 투톱 파트너였던 피터 오뎀윙기는 그리스와 경기에서 퇴장당한 오른쪽 날개 사니 카이타 자리로 옮길 것으로 보여 오바페미 마틴스가 공격 쌍두마차로 나서거나 아이예그베니가 원톱으로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예그베니 활용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4-4-2 전형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와 2차전 때처럼 왼쪽 날개에 칼루 우체, 중앙 미드필더에 루크먼 하루나-딕슨 에투후가 서고 포백 수비진은 중앙수비수 대시 시투, 조세프 요보를 중심으로 치디 오디아가 나선다. 허벅지 부상을 입은 타예 타이워가 회복됐지만 여의치 않으면 라비우 아폴라비가 공백을 메운다. 골문은 두 경기 연속 눈부신 선방을 펼쳤던 빈센트 에니에아마가 지킨다.
남아공 더반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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