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PB, Private Brand) 상품이 잇따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각 대형마트들은 "소비자에게는 싼값에 질 좋은 상품을 공급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모델을 보여주겠다"며 야심차게 PB사업에 뛰어들어 지속적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있지만, 안전성 관리에 있어서는 허점을 드러낸 것.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이라며 믿고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결국 싼 것이 비지떡이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리콜, 또 리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달 16일 신세계이마트가 판매하고 늘푸른이 제조한 '이마트옥수수맛전분'(유통기한 2011년 9월 22일까지)과 킴스클럽마트가 판매하고 있는 성진식품 제조 '옥수수전분맛'(유통기한 2012년 3월 7일까지)이 식품첨가물 사용기준을 위반했다며 회수조치와 함께 해당 업체들에 제조 및 판매업무 금지 1개월을 내렸다. 식품의 표백과 장기보존을 위해 사용되는 이산화황이 기준치의 2배가 넘게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산화황은 다량 섭취시 천식질환자의 경우 호흡곤란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달 10일 식약청은 삼양밀맥스가 제조한 '이마트 튀김가루'(유통기한 2010년 9월 16일까지)에 대해 잠정 판매중지 및 회수 명령을 내렸다. 튀김가루에서 쥐의 사체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된 것. 이후 식약청은 해당 제조업체에 대해 공장 현장실사를 실시한 결과 삼양밀맥스의 공장 내부에서 쥐 배설물이 발견됐으며, 제품에서 발견된 이물질과 같은 종류인 쥐가 공장 냉장창고 쥐덫에 잡혀 말라붙은 채 죽어있었다고 밝혔다.
쥐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세계이마트가 일본 소지쓰(SOJITZ Corporation)사로부터 수입·판매하는 '자숙 냉동가리비살'(제조일자 2010년 1월 30일, 유통기한 2012년 1월 29일까지)에서 대장균군이 기준(10/g) 대비 18배(180/g)나 많이 검출돼 회수조치됐다. 또 4월에는 롯데쇼핑㈜이 자체 브랜드를 부착한 '와이즐렉 프라임 쥐치포'(유통기한 2010년 11월 11일까지)와 '이마트 쥐치포'(유통기한 2010년 8월 30일까지) 제품에서 기준치를 넘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돼 회수됐으며, 지난해 7월에는 '이마트 맛강정 스낵'에서 금속성 이물질이 발견돼 긴급 회수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양적 성장에만 매달려 품질관리 손놨나?
PB상품이란 백화점·마트 등 대형소매상이 자기매장의 특성과 고객의 성향에 맞춰 독자 개발한 브랜드 상품을 말한다. 기존의 생산업체와 유통경로로는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따라가기 어렵다 보니 직접 상품개발과 판매에 뛰어든 것이다.
각 유통업계들은 PB제품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형마트 중 가장 많은 PL(Private Lavel·이마트의 경우 PL로 표기) 제품을 확보하고 있는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관련 제품이 3천600여개에 이른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이마트의 매출 중 PL제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이마트는 PL제품의 매출을 2012년까지 3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 들어 PB제품에서 사고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사이에서는 PB제품의 품질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값싸고 품질 좋은 PB상품이라며 앞다퉈 광고를 하는데만 급급했을 뿐, 실제로는 해당 제품의 안전(위생)관리가 소홀했던 것이다. 사실 PB제품의 상당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을 통해 만들다 보니 품질관리에 공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품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관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사고 가능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터져나오고 있다.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제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속았다"는 반응이다. 대기업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제품인 만큼 상품의 질에 있어서는 믿을 만하다는 허상이 깨진 것이다. 주부 박은경(44·대구시 북구 태전동)씨는 "PB제품의 가격이 아무래도 싸다 보니 즐겨 사용해왔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은 몰랐다"며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제품을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면 어떻게 하냐"고 지적했다. 김선희(42·대구시 서구 평리동)씨는 "가격 경쟁에만 매달려 질 낮은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보다는 차라리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안전하고 믿고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한편, 식약청은 최근 PB제품의 사고가 빈번하면서 PB제품에 대한 품질관리기준을 강화하는 개선책을 내놨다. 식약청은 "자사상표를 위탁해서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판매영업자가 위생관리를 의무적으로 진행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또 연간 매출액 500억원 이상 업체와 식약청장이 지정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위생관리 수준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위생수준안전평가제'를 실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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