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전야제가 한창이던 이달 12일 오후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 출연자, 진행 요원들로 정신없는 무대 뒤에서 뮤지컬 배우 김소현을 만났다. 등이 깊게 파인 붉은 실크 드레스 차림의 그녀는 여왕처럼 돋보였다. 기자이기 전에 팬으로서 인터뷰하고 싶다고 하자, 소녀 같은 웃음이 얼굴 전체로 퍼졌다. 기품과 발랄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페르시아 고양이 같은 미소였다.
'오페라의 유령'의 영원한 크리스틴이자, '지킬 앤 하이드'의 지고지순한 엠마, 그리고 사랑스럽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딤프에 출연한 뮤지컬 스타 김소현을 만났다.
"별명이 소팔이에요." 신데렐라, 여신, 미소퀸 등 팬들이 지어준 많은 별명을 두고 그녀는 하필 서울대 성악과 선배이자 뮤지컬 배우 류정한이 지어준 '소팔'이라는 별명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름 끝자를 장난스럽게 바꾼 것인데, 실제 자신의 성격과 비슷해서라고 했다.
팬들은 김소현을 순수로 기억한다. 몇 번의 변신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성악가 출신의 클래식한 이미지가 컸다. "악역이나 섹시한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가진 것,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더 잘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녀는 어느 인터뷰에서 '미스 사이공'의 킴 역을 도전하고 싶은 역할로 꼽았는데 이번 인터뷰에선 '그리스'의 샌디를 얘기했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아이 필 프리티'(I feel pretty)를 부르며 춤추던 그녀의 모습은 청순하면서 쾌활한 샌디와 겹쳐진다.
김소현에게 오페라의 유령은 운명이다. 2001년 초연 당시 7개월 만에 24만 관객을 동원한 오페라의 유령의 히로인이 바로 그녀다. 혼자 부를 때보다, 함께 부를 때 더 빛나 보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느 뮤지컬 가수가 범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순수하고 강인한 크리스틴의 전형(典型)을 만들었다. "우연히 오디션에 붙어서 첫 무대에 섰는데, 그날 커튼콜의 열광을 잊을 수 없어요." 8년 만에 다시 오페라의 유령에 출연한 그녀는 최근 300회 공연을 넘어서면서 전에 세웠던 기록을 돌파했다.
그동안 뮤지컬 무대도 많이 변했다. 최근 뮤지컬 무대에 서는 아이돌 스타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모차르트'의 시아준수 씨나 '소나기'의 승리 씨는 정말 연기를 잘 하시더라고요. 역시 아이돌들은 끼가 많구나 생각했죠. 다만 그냥 왔다가는 무대 정도로 생각하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구에 대해선 각별함을 느낀다고 했다. "대구는 뮤지컬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가진 도시라고 생각해요. 저를 포함한 뮤지컬 배우 모두가 대구 팬들의 갈채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김소현은 오는 10월부터 3개월간 계명아트센터 공연 예정인 '오페라의 유령'으로 대구를 찾아온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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