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철칼럼-지방도 잘 살 수 있다(11)] 대구광역시의 도시관계 5대 전략

인간은 관계(關係'Relation)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부부관계, 친구관계, 동료관계 등 오늘날의 사회는 관계가 성패를 좌우한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너 죽고, 나 살자' 식 가치관보다는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자' 라는 상생(win-win)의 관계정립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화시대에는 국가 간의 관계 못지않게 도시간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도시 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각 도시마다의 내부관리만 잘하면 되었지만 고속교통망과 통신망이 잘 구축되어 있는 오늘날에는 다른 도시와의 관계가 어떠한가에 따라 그 도시의 흥망이 결정될 수도 있다. 일제시대 경부선 철도통과를 반대한 공주는 결국 낙후도시로 전락한 반면, 대전은 충청의 중심도시로 성장하였다. 또한 인도의 방갈로르는 미국 기업들과의 성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발전하였다.

대구의 경우 외국 도시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국내 도시들과의 관계정립이 우선이다. 대구의 가장 중요한 도시관계는 대구를 둘러싸고 있는 경상북도 7개 시'군(경산'영천'군위'칠곡'성주'고령'청도)이다. 이들 7개 도시들은 대구를 모(母)도시로 해서 살아가고 있는 자(子)도시들이다. 모자관계의 본질은 사랑이다. 그러므로 대구는 너그러운 마음의 '포용전략'을 관계정립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대구의 두번째 도시 관계는 구미'포항'울산'창원과 같은 영남지역 산업도시들과의 관계이다. 대구지역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이들 산업도시에 취업하고, 대구의 중소기업들이 생산한 부품소재가 이들 도시의 대기업에 공급되면서 대구시민들이 먹고 산다. 대구가 양질의 인력과 첨단기술의 부품을 공급하고, 나아가서는 R&D와 같은 기술공급기지가 되어야만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대구는 이들 산업도시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고급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30분 거리에 있는 구미는 다른 산업도시보다도 대구와 아주 특별한 관계에 있다. 대구는 구미와 보다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관계정립을 새로이 모색해야할 것이다.

셋째는 부산과의 관계다. 6'25전쟁 전까지만 해도 대구가 부산을 앞질렀지만, 이제는 부산이 영남의 제일 도시이다. 부산은 항구도시로서 대구가 갖지 못한 물류'금융'관광 등 국제적 기능을 갖추고 있어 대구를 앞서고 있고, 교육'문화 등에서도 대구를 추월하려는 태세이다. 더 늦기 전에 부산과 '차별화 전략'을 통해 상호보완적인 도시로 발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만약 동남권 신국제공항이 부산의 가덕도 앞바다에 건설된다면 대구는 부산의 종속적인 도시로 전락하고, 도시 규모와 기능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또한 거점도시 대구의 위축은 주변 경북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 자명하다. 영남권의 트윈시티, 부산과 대구의 공동번영을 위해 국제공항은 반드시 밀양에 입지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넷째로 대구는 서울과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에는 우리나라 모든 분야의 '최고'가 다 집중되어 있다. 대구가 서울과 경쟁하여 우리나라 최고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서울과의 직접 경쟁을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서울과 협력하는 '2등 전략'을 기본으로 하고, 강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특정분야에서만 1등을 노리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마지막 다섯번째로 전라도 광주와의 관계이다. 두 도시는 내륙의 대도시라는 공통점과 아울러 특유의 정치적 성향이 강한 도시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앙정부에서 볼 때 우리나라 대도시 중 대구와 광주는 가장 고민거리이다. 최근 정부는 두 도시에 R&D특구를 동시에 지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느 한 도시에만 떡을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지난해 대구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할 때 광주는 '달빛 동맹'을 통해 힘을 보탰다. 앞으로도 대구와 광주는 다양한 형태의 '동맹전략'을 통해서 서로의 이익을 추구해야할 것이다.

오랜 기간 대구는 분지 속에 갇혀 살아왔다. 그러므로 이제 대구가 잘 살기 위한 첫번째요 마지막 과제는 '개방'이다. 고속도로, KTX, 그리고 공항과 같은 물리적인 길 뿐만 아니라, 대구 사람들의 '마음의 길'도 활짝 열어야 한다. '포용' '고급화' '차별화' '2등' '동맹'이라는 5대 전략을 통해 대구는 국내 다른 도시들과의 상생(win-win)을 도모하며, 지금의 경제난국을 탈출해야 한다.

대구경북연구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