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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참전용사, 김태석(85·칠곡 왜관읍 왜관리·사진)씨는 아직도 군번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온통 피로 물들었던 낙동강과 산야를 뒤흔들던 총성을 잊지 못한다.
"내 나라 내 강토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목숨 걸고 싸웠지. 낙동강을 내려다보면 새까맣게 몰려오던 인민군이 지금도 눈에 어른거려…."
낙동강변인 왜관에서 태어나 낙동강 전투에 참전했던 김씨에게 낙동강은 생명의 강이다. 낙동강이 없었더라면 자신도 나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낙동강이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왜관읍 석전리 자고산(303고지) 전투에서 인민군과 치열한 총격전을 벌인 김씨는 진지로 밀려드는 북한군을 향해 정신없이 소총을 쏘아대느라 왼쪽 다리에 총을 맞은지도 몰랐다. 중상을 입고 이송된 중대장 대신 부대를 지휘하다보니 총상을 입은 다리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총알이 관통하지 않고 뼈를 다치지 않아 부대원들을 독려하며 고지를 사수할 수 있었고 아픈 다리를 절며 평북 운산까지 북진했다. 백선엽 준장이 지휘하던 제1사단 12연대 소속이었던 김씨는 그후 휴전이 될 때까지 숱한 전투를 치르며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다.
낙동강 전선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지켜낸 고향에는 전쟁이 끝나고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1957년 육군 상사로 제대한 김씨는 왜관에서 공직생활도 했고, 20여년간 마을 이장을 맡아 농촌 근대화에도 앞장섰다. 젊음을 바친 대가로 받은 화랑무공훈장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로 간직하며 살아온 김씨는 이제는 고령으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전쟁터에서 함께 싸운 동료들도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자고산 전투 참전용사로는 왜관에서 혼자 남았다. "오늘 이토록 푸른 산하를 지키기 위해 붉은 피를 흘리며 죽어간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억해야 합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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