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에서 출전국들은 저마다 최고의 감독과 스타플레이어들로 경기를 준비하고, 외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통해 상대편의 기세를 누르거나 정보수집 등 다양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포츠과학'을 활용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스포츠 재활'이다.
스포츠는 신체를 건강하고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는 행위이다. 그러나 스포츠 활동은 때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스포츠 상해이다.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들은 늘 상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는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한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기술 미숙, 지식의 부족, 지도자의 지도 미숙, 과도한 훈련 등으로 인해 스포츠 상해는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이를 최소화하고, 스포츠 현장으로 얼마나 빨리 선수를 복귀시키는가이다. 여기에 스포츠재활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선수는 충분한 몸 풀기와 승부욕의 절제, 기술의 숙달, 개인 장비 점검 후 운동에 임해야 하며 관리자는 운동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을 갖추게 하고, 지나친 경기 일정과 행사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 트레이너를 포함한 코칭스태프는 기능의 숙지와 숙달에만 치중하지 말고 선수 몸 상태나 생활 주변의 상황, 잘못된 습관 등을 함께 지도해야 한다. 특히 코칭스태프는 권위나 명예 충족을 위해 선수에게 승리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스포츠 상해와 재활'의 명암을 엿볼 수 있다. 잉글랜드의 리오 퍼디낸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나이지리아의 존 오비 미켈(첼시)은 무릎 부상으로 대회 직전 중도 하차했다. 독일의 미하엘 발라크, 가나의 마이클 에시엔(이상 첼시) 역시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한국 선수로는 대구공고 출신의 중앙 수비수 곽태휘(교토)가 지난달 벨라루스와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쳐 전력에서 이탈했다.
팔꿈치를 다친 코트디부아르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첼시), 왼쪽 다리 햄스트링에 쓰러진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지난달 에콰도르와 평가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한 우리 공격수 이동국(전북 현대)은 부상에서 회복해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그라운드에서 부상 이전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은 스타 선수들을 팬들에게 제공하고, 새로운 스타를 생산해내는 공장이다. "축구 선수는 어떻게 스타가 되는가?"란 질문을 던져보자. 그 답은 월드컵 멤버가 되어 매 경기 운동장에서 뛰는 것이다. 축구선수가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축구장에서 뛰는 것이며 이를 통해서만 스타플레이어는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월드컵 승리를 향한 또 다른 경쟁자들을 찾아볼 수 있다. 감독에게 선수 선택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고, 대회 중 선수들의 체력과 경기력을 유지시키는 책임을 지며 부상 때 재활을 통해 그라운드로의 빠른 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트레이너이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가 있어도 필요시 사용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만큼 트레이너는 월드컵 경쟁의 최 일선에 서 있음에 틀림없다.
훌륭한 선수가 탄생하려면 뛰어난 감각을 지닌 코칭스태프와 함께 능력 있는 트레이너가 필요하다. 트레이너는 경기 중 그라운드에 선수가 쓰러지면 제일 먼저 달려가 선수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선수의 경기가능 여부를 결정해 코칭스태프에게 알리는 전령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월드컵 4강 신화를 거둔 우리나라의 스포츠 재활의 현주소는 너무나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왜 그런가? 우선은 운동 시 상해를 가볍게 생각하는 그릇된 인식과 스포츠 재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부족이다. 또 이로 인한 의료-재활-트레이닝간의 유기적인 교육시스템의 부재,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의 결여이다. 해마다 많은 운동선수들이 해외 선진국에서 수술과 재활을 받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왜 이런 일이 나타나는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리를 기대하고 논함에 있어 우수한 트레이너 양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최고의 시설과 인력을 갖춘 스포츠 재활 센터가 우리나라에도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윤관·대구한의대 한방스포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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